"현실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2011.10.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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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라의 초콜릿박스] "예술인들이여, 처음의 열망과 목표를 기억하기를"

"현실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한국종합예술학교 학생 네 명이 지난 네 달간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료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 때문이었을 거라며 그들의 선택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최고의 학벌로 미래가 보장될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재능 있는 예술가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문제는 비단 한국예술계의 얘기만은 아니다.



미국음대의 경우 명문음대를 나온 학생들 중 졸업 후 음악으로 커리어를 이어간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에 대해 플로리다 주립대 음대의 히메네즈 교수와 긴 논의를 한 적 있다.

우리는 그 이유를 목표와 현실의 차이로 결론지었다. 처음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던 순수한 동기는 어떤 학생이든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우수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더욱 큰 목표를 세우게 되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명문대에 진학한다.



최고를 향한 그들의 꿈은 진학과 동시에 마치 현실로 다가올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졸업을 하면 최고의 자리는 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좌절을 맛보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학교에서는 마치 모든 학생들이 정경화, 조수미가 될 것처럼 트레이닝을 시킨다. 모두가 솔로이스트(독주자)가 되어 연주회를 열고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갈 듯 솔로이스트로서의 매너를 몸에 익힌다.

하지만 그렇게 배운 것을 사회에 나와서 실제로 행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솔로이스트가 되는 법을 배웠지만 현실은 1년에 한번 할까 말까 하는 독주회에, 그것도 대중이 아닌 지인들을 초대해서 자비를 들여 여는 연주회가 다반수다.


현실적으로 대중을 상대로 연주하는 기회도 부족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벌기란 더욱 어렵다. 자신이 믿고 인정받았던 능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많은 이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결국 예술계를 떠나기까지 한다.

실제 명문음대를 나와 전공과는 무관한 대기업에 취업을 하거나, 보다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 평범한 중소기업에 취업한다거나 전업주부가 된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재능 많은 인재들이 이런 이유로 예술계를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비단 클래식 음악계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미술, 공연, 영화 등 예술 전반에 걸친 얘기라 생각된다.

이들의 설 곳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함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현실에 맞는 교육, 졸업 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욱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문화예술계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고 말하고 싶다. 일부 유명 예술인만을 선호하는 문화, 실제 콘텐츠보다 그 이름에 열광하는 풍토를 반성하고 숨겨진 예술인들의 진정성을 보려는 노력과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술인들이여,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연설에서 한 말이 다시 생각난다.

"타인의 잡음이 여러분들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자신이 처음 가졌던 예술의 대한 열망과 목표가 주변 환경에 의해 꺾이지 않기를,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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