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리즘]조선시대 영의정 사약 앞두고 한 말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1.10.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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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률교육 (3,870원 ▼15 -0.39%) 김준희 대표(54)는 업계에서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하다. 그런 김 대표가 지난 7월 책을 한 권 냈다. '서른과 마흔 사이,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이다. 고민 많은 후배 샐러리맨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는 게 주요 내용인데 책 중간에는 자신의 자녀교육법에 관한 얘기도 나온다. 김 대표는 자녀가 넷인데 학원도 안 보내고, 과외도 안 시켰단다. 대신 아이들이 자라는 내내 책을 읽게 했다. 결과는 모두 명문대 진학이었다.

"저희 집 셋째가 갑자기 성적이 올라 그 비결을 물으니 아이는 '제가 책 좀 읽었잖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게 공부에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물으니 친구들은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받아 적느라 바쁜데 자기는 그냥 듣기만 해도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것이 그런 차이를 만든 것 같다고 하더군요."



독서교육의 설파자로 '이지성 작가'도 빼놓을 수 없다. 베스트셀러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인문고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작가는 올해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독서 멘토가 돼 더 유명세를 탔다. 이 작가와 정 부회장을 연결시킨 것은 정 부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EBS에서 인문고전 독서법 강의를 하는 이 작가를 보고 아들에게 꼭 만나볼 것을 권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이 속한 젊은 CEO 모임에 이 작가를 초대했고 독서멘토로 삼았다. 이 작가는 말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항상 두 개의 계급이 존재했다. 지배하는 계급과 지배받는 계급. 전자는 후자에게 많은 것들을 금지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문고전 독서였다. (중략) 과거 우리나라 십대들은 오늘날의 미국 십대들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고 공부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 풍토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우리나라 십대들의 책장에서 인문고전을 싹 치워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최근 편집국의 한 선배가 이런 말을 건넨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그리스철학을 희랍어 원문으로 읽으면서 하고싶은 공부 원없이 했는데 요즘에는 왜 그런 학생들이 없는 거야?"

취업난, 88만원세대, 고시열풍 등 머릿속에 많은 단어들이 스쳐지나갔지만 "'리딩으로 리드하라' 책을 보시면 답을 얻을 수 있다"는 말로 갈음했다.

최근에 출간된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이란 책을 보면 조선시대 명문집안의 독서열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인은 1689년 기사사화 때 큰 피해를 입는다. 남인과의 정쟁에서 져 영의정을 지낸 김수항은 사약을 받는다. 노론과 소론이 대결한 신임사화에서는 김수항의 아들 김창집과 손자 김제겸 그리고 증손자 김성행이 죽음을 당한다. 그런데 김수항 3대는 사약을 눈앞에 두고 똑같은 말을 했다. '집안에 독서하는 종자가 끊이지 않게 하라.'"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나라에 '독서하는 종자'가 넘쳐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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