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세이]부동산 PF 붕괴와 저축은행 몰락

머니투데이 노대섭 한영회계법인 부대표 2011.10.2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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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세이]부동산 PF 붕괴와 저축은행 몰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이 몰락했다. 부동산PF 붕괴는 우리에게 큰 재앙을 몰고 왔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는 미국 주택·부동산시장 붕괴에서 발생했다. 당시 금융기관은 앞다퉈 고수익 주택부동산담보대출과 유동화(MBS)시장을 팽창시키는 데 몰입했다.

 고수익 상품으로의 쏠림현상에 금융기관들은 이성을 잃었다. 호황도 잠시 주택·부동산시장이 붕괴되면서 미국 금융기관이 몰락했고, 이는 전세계 금융시장을 처참하게 흔들고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



 한국은 어떠했나.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호황과 더불어 다양한 부동산개발사업 성공사례가 금융기관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신용금고에서 '은행'으로 신분이 상승한 저축은행은 은행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은 축적한 경험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성을 잃고 부동산PF시장에 몰입했다.

 시행사는 성숙되지 않은 개발사업을 붙들고 절차와 분석이 상대적으로 쉬운 저축은행에 매달렸다. 개발이익에 유혹된 저축은행은 자신을 시행사로 착각했는지 많은 별도법인(SPC)으로 위장했다. 결과는 어떠했나. 부동산시장 침체로 PF시장이 붕괴되고 저축은행 몰락이라는 재앙으로 이어졌다.



 저축은행만 부동산PF에 몰입한 건 아니다. 은행도 대형 부동산PF를 주선하기 위해 치열하게 화력을 집중했다.

 현재 부동산시장 침체와 신용보강을 제공한 건설사의 부도로 큰 손실을 내고 사후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만 은행은 자기자본이 많고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실 PF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그나마 충격을 견디고 있는 게 저축은행과 다르다.

 부동산PF는 부동산담보대출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동산PF는 부동산 개발계획, 인·허가, 현금흐름분석 등에 대한 전문적 분석과 체계적인 리스크관리를 전제로 한다. 부동산담보물 평가는 부차적인 고려사항이다.


 부동산PF는 시행사, 토지소유자, 주무관청, 시공사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엮여 있어 거래상대방위험(Counter-Party Risk)이 매우 크며 위기상황에서 금융기관이 이를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PF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과거 부동산금융시장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주택·부동산금융시장의 쏠림현상으로 나타난 시장 붕괴는 리먼과 같은 금융기관의 몰락과 함께 세계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많은 저축은행을 몰락시켰고 국민을 고통에 빠지게 했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인식이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은 서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상호작용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금융기관은 이성을 잃은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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