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도 '빵점' 준 도시형생활주택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1.10.18 08:41
글자크기

서울대 부동산연구회가 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시장 전망

ⓒ김현정ⓒ김현정


"순현재가치(NPV·Net Price Value) 이론을 적용했을 때 현재의 도시형생활주택 개발모델은 수익성이 없습니다."

"도시형생활주택과 비슷한 일본의 콤팩트 맨션이 독신여성만을 대상으로 해 수익성을 확보했으니 우리도 좀 더 세분화된 목표 소비자를 설정하면 수익이 나지 않을까요?"

지난 10일 오후 6시 서울대학교의 한 강의실. 학생 15명이 저녁 식사도 거른채 도시형생활주택 수익성에 대한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종호(도시계획학 석사)씨는 실랄하게 도시형생활주택을 비판했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이란 공적인 목적도, 임대수익성이란 사적인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다.



이씨는 "국토부의 의도는 경제력이 떨어지는 1∼2인가구나 대학생, 직장 초년생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이는 역세권의 높은 땅값, 비싼 시공비를 감안하지 않아 애초에 현실성이 없었다"며 "그 결과 3.3㎡당 3000만원을 넘는 고분양가, 주변과 비교해도 전혀 저렴하지 않은 임대료 등 예측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꼬집었다.

발제를 듣고 있던 다른 학생들 역시 도시형생활주택의 무차별 공급에 뒤따른 도시슬럼화 현상을 지적했다.



한 학생은 "땅을 최대한 활용해야 수지타산이 맞는 구조여서 개발자가 편의시설, 주차공간 등을 만드는데 인색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현 도시형생활주택은 그야말로 '잠만 자는 공간'이 돼 버렸고 값이 싸지도 편리하지도 않은 도시형생활주택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도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의시설을 충분히 갖춘 도시형생활주택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것, 목표수요자를 보다 세부적으로 설정하고 건물 자체 콘텐츠를 강화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진지하게 부동산 정책을 토론한 이들은 서울대 부동산 연구회 회원들이다. 도시계획·법학·지리학·소비자학 등 다양한 전공자로 구성된 이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에 모여 부동산 투자이론을 공부하고 가상 디벨로퍼가 돼 투자계획서도 제작한다.


이런 꾸준한 공부가 차곡차곡 쌓여 지난 2009년에는 글로벌부동산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가 주최한 'RE Venture 6회 부동산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모두 휩쓸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주수요층이자 준전문가인 이들은 앞으로의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대다수 학생들이 과거와 같은 부동산불패 신화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김정욱(도시계획학 석사·28)씨는 "투자대상으로서 부동산의 수명은 다했고 이 인식이 바뀌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재개발·재건축에 투자하던 패턴을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는 리츠로 바꿔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호(도시계획학)씨는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아이스크림처럼 수요가 많다고 무한정 공급할 수 있는 성격의 상품이 아니다"라며 "공급을 늘리는데에는 한계가 있고 감가상각때문에 실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폭락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굳이 집 사는 데 재산의 대부분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자가주택은 꼭 필요하다는 의견보다 우세했다. 20대는 가깝게는 5년, 멀게는 10년 후에 부동산시장의 주 수요층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들의 집에 대한 인식이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고형근(지리학과·21)씨는 "재산의 대부분을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에 묶어 둘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땅이나 리츠 등 재산의 일부만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는 투자처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전세난에 대해선 "전세라는 제도는 70∼80년대 자고나면 집값이 오르던 시기에나 가능했던 비정상적 제도"라며 "현재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상황을 정상화 과정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샤론(25)씨는 '그래도 자기 집하나는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김씨는 "2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어서 주거 불안정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실거주할만한 집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월세는 그 어떤 투자효과없이 그냥 지출돼 버리는 돈이지만 매매는 레버리지 효과를 조금이나마 기대할 수 있으니 투자수익측면에서도 매매가 낫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