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잃은' 애플의 미래, 이들의 어깨위에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1.10.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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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CEO-아이브 디자인-쉴러 마케팅 등 역할별 집단체제

'잡스 잃은' 애플의 미래, 이들의 어깨위에


스티브 잡스의, 잡스에 의한 회사였던 애플에게 마침내 잡스가 없는 시기가 닥쳤다.

생전의 잡스 스스로가 "혁신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외쳤듯 애플의 미래를 짊어진 것은 그 인재들이다. 빈틈을 용납치 않던 깐깐한 잡스였던 만큼 회사의 사후 운영도 철저히 대비했을 것이라는게 업계 주변의 평가이다.

다만 잡스 시절 '절대 군주' 같던 1인 독단이 아닌 잡스가 점지한 각 파트별 인재들이 각자의 역할을 살려 업무를 조율하는 집단지도 체제를 꾸려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팀 쿡, 은둔의 경영자?= CEO 쿡(51)은 수년간 애플의 2인자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며 잡스 부재(병가)시 그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우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쿡은 지난 4일 아이폰4S 발표장에선 놀라울 만큼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초보 CEO에게 이런 점은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쿡은 잡스와 같은 카리스마는 떨어진다는 평이다. 신제품 소개도 다른 부사장들에게 돌아가면서 맡겼다. 이에 쿡은 잡스와 같은 회사의 간판 역할을 하기보단 지금까지처럼 노출은 자제하면서 경영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필립 쉴러, 애플 최고 세일즈맨= 마케팅 수석부사장(50). 1993년 애플을 떠났으나 잡스가 자문역으로 애플 복귀를 준비하던 1997년에 쉴러도 애플로 돌아왔고 그 후 잡스의 최측근으로 성장했다.

쉴러는 까다롭기로 유명했던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깊이 관여했으며 그 자신도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9년 잡스의 병가 당시 맥월드 콘퍼런스에 잡스 대신 프레젠터로 낙점됐고 그해 연말엔 아이폰3GS를 직접 소개했다.

언론 노출을 꺼리던 쿡 CEO와 달리 애플에서 대외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대외활동이 적은 쿡 CEO를 대신해 앞으로도 애플의 얼굴 역할을 하리라는 전망이다.


조너선 아이브, 디자인의 전설= 디자인 팀장·수석부사장(44). 애플 하면 디자인인데, 색을 입힌 아이맥부터 아이팟, 아이폰까지 그 매력적인 디자인이 모두 아이브의 손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다른 경영진보다 더 애플 기업가치의 핵심을 만든 인물이란 평가다. 닐슨노먼 그룹의 돈 노먼은 "아이브는 물건을 단순하면서 예쁘게 만드는 탁월한 안목을 갖고 있는데 사람들이 쓰기 쉬워야 한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애플의 혁신적이면서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은 잡스와 아이브의 협업으로 극대화됐다. 따라서 잡스 사후 아이브가 어떤 성과를 내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에디 큐, 아이튠스의 아버지= 인터넷서비스 수석부사장. 1989년 애플 말단직원으로 시작해 아이튠스와 앱스토어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아이튠스에서는 그동안 전세계 사용자들이 160억곡을 다운로드했다.

그는 최근엔 아이클라우드 개발을 주도해 왔다. 애플과 뉴스코프가 내놓은 태블릿용 뉴스 '더데일리' 발표장에서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과 함께 등장, 눈길을 끌기도 했다.



스콧 포스탈, OS는 내게 맡겨= iOS 담당 수석부사장. 잡스가 애플 퇴사 후 설립한 넥스트(NeXT) 출신. 애플의 컴퓨터 운영체계(OS) 레오파드를 만든 데 이어 현재 애플 모바일 기기의 두뇌 격인 iOS 개발을 주도했다. 지난 4일 아이폰4S 발표장에서도 'iOS5'를 선보였다.

피터 오펜하이머, 애플의 금고지기= 최고재무책임자(CFO)·수석부사장. 애플의 실적발표를 전담하면서 월가와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얼굴이다. 재무뿐 아니라 인사와 일반 경영까지 폭넓게 활동하면서 애플 내 그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브루스 시웰, 특허권 전담= 법무 수석부사장. 인텔에서 오래 일하다 2009년 애플에 합류했다. 지적재산권 방어를 책임지고 있어서 애플이 삼성전자 (60,600원 ▼700 -1.14%) 등과 벌이는 특허소송과 관련 그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제프 윌리엄스, 깐깐한 관리= 경영담당 수석부사장. 애플의 공급망을 책임지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의 눈높이에 맞춰 맥북부터 아이패드까지 품질을 관리하는 주인공.

밥 맨스필드, 하드웨어의 달인= 맥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맥북, 아이맥 등 애플의 컴퓨터 분야를 책임진다. 지난해 아이폰의 안테나 수신불량으로 야기된 '안테나 게이트'로 당시 마크 페이퍼마스터 부사장이 물러나자 그를 대신해 아이폰과 아이팟의 하드웨어도 떠맡았다.

이밖에 1980년대 매킨토시 운영체계를 개발한 가이 트리블 수석부사장은 사실상 애플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을 하고 있으며 크레이그 페더리기(Federighi) 수석부사장은 맥 OS X 개발을 총괄한 실력자다.



신제품 홍보부터 잡스의 인터뷰까지 미디어 업무를 도맡아온 여성 대변인 케이티 코튼 커뮤니케이션 부사장도 있다. 그렉 조쉬악 마케팅 부사장은 잡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4인치짜리 아이북 출시를 밀어붙인 주인공이며 아이폰 마케팅을 맡고 있다.

이들은 애플의 드림팀이자 올스타로 불린다. 혼자서 여러 역할을 해낸 잡스와는 다르지만 각자 개성에 맞는 역할을 해 왔다. 이들이야말로 애플의 신화를 새로 쓸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잡스라는 강력한 구심점을 잃은 지금 이들이 언제까지 애플에 남을지 알 수 없다. 불화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잡스를 잃은 애플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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