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50) 무학 (5,320원 ▲60 +1.14%) 회장은 경상도 사나이였다. '전쟁'이라는 표현도 망설이지 않았다. 최 회장은 "수도권에서 진로를 이기는 자가 소주시장을 석권할 것이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2006년 출시된 좋은데이의 2009년 판매량은 382만병이었으나 2010년 974만병이 팔리며 3배 늘었다. 2011년에는 9월까지 집계량만으로 1927만병이 팔렸다.
마산·창원·진해에서 무학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90%, 울산은 80%, 부산은 60%에 이른다. 경남권을 석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회장은 '좋은데이'의 성공은 경남에 특화된 제품명과 이미지 때문이 '아니다'고 단정지었다. 비슷한 어감의 제품명을 가진 19.5도의 소주 '좋다카이'는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아 단종됐다.
올해 무학은 부산 소주업체인 대선주조(대표 조용학) 부산시장에서 맞붙었다. 최 회장은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6월30일 대선주조의 '즐거워예(16.2도)'가 출시됐지만 무학의 부산 시장점유율은 6월 59%, 7,8월 60%, 9월 61%로 오히려 상승했다. 9월에 즐거워예가 부산에서 80만병이 팔렸지만 좋은데이는 1100만병이 팔렸다. 원래 대선주조가 판매하던 시원소주의 판매량은 줄었다. 즉 즐거워예는 대선주조의 기존 소주시장을 대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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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즐거워예의 80만병 판매 물량도 상당부분은 마케팅 차원에서 무료 공급된 것"이라며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좋은데이의 소비층을 빼앗아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82주년을 맞은 무학의 최근 매출증가는 날개 돋친 듯하다. 지난해 매출액이 1593억원, 영업이익은 334억원이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액 1007억원, 영업이익 34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한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물론 고충이 없진 않다. 정부의 물가상승 억제책 때문에 3년 동안 한 번도 소주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원료인 곡물 가격도 올랐다. 하지만 매출 규모가 급증하자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올해의 영업이익 목표치인 400억원은 이미 8월에 초과달성했다.
이제 무학은 '좋은데이'를 전위부대로 수도권에 진출한다. 최 회장은 "진로·롯데와 겨룰 것"이라며 "좋은데이가 경상도에서만 잘 팔리고 수도권에서는 실패할 거라는 건 안 마셔본 사람이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좋은데이'라는 제품명도 부산사투리와 '좋은날'을 의미하는 'Good day'의 중의적 뜻으로 대중화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수도권 진출을 위해 무학은 창원 1,2공장을 확장 중이다. 내년 5월 1일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좋은데이의 광고 모델도 걸그룹 시크릿으로 발탁했다. 2013년에 본격적인 수도권 공략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충경 창원 상공회의소 회장은 "소주 시장은 지역별 시장점유율을 0.1% 변동시키는 것이 어려울만큼 보수적인 시장"이라며 "그런 점에서 무학의 최근 몇 년간의 성과, 특히 경남시장의 석권은 이례적이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