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28년전 잡스에 "훌륭한 기술을 가진 젊은이"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서명훈 기자, 조성훈 기자 2011.10.0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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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와 잡스의 '오랜' 인연…미래는?

↑고 호암 이병철 삼성 회장(사진 왼쪽 첫번째)과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컴퓨터 사장(왼쪽 두번째)이 1983년 11월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고 호암 이병철 삼성 회장(사진 왼쪽 첫번째)과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컴퓨터 사장(왼쪽 두번째)이 1983년 11월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


삼성의 최대 고객이자 경쟁자인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6일 타계한 후 삼성가와의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잡스와 삼성가의 인연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일본 등을 돌며 해외시장 개척에 고민하던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은 잡스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같은 젊은 경영자들을 눈여겨봤다.

호암은 재일교포 2세인 손 회장이 미국 버클리대 유학시절 현지에 있던 사위 정재은 삼성전자 대표(현 신세계 명예회장)에게 "손군이 삼성에 어떤 도움이 될지 살펴보라"고 지시하며 각별히 신경썼다.



호암은 1983년 11월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집무실에서 잡스를 만났다. 당시 73세의 호암은 자신의 마지막 사업이었던 반도체에 진출한 때였고, 잡스는 삼성전자 (60,600원 ▼700 -1.14%) 메모리반도체의 고객사인 애플의 스물여덟살 젊은 사업가였다. 호암은 잡스와 만난 자리에서 "굉장히 훌륭한 기술을 가진 젊은이"라며 "앞으로 IBM과 경쟁할 만한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잡스의 인연은 그리 깊지 않고 3~4 차례 정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나는) 반도체를 팔러다닐 때 잡스를 자주 만났고, 이 회장은 서너 차례 잡스를 만난 것으로 기억하지만 특별한 인연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COO)은 잡스와 활발히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COO가 되기 직전 최고고객책임자(CCO)로서 2007년 2월 애플 본사를 방문해 잡스와 팀 쿡 현 CEO 등과 만났다. 이 사장은 사석에서 "애플은 참 배울 게 많은 회사고, 잡스는 그야말로 천재예요, 천재"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잡스의 성격도 얘기하고, 잡스와 관련한 농담을 할 정도였다.

사실 애플은 삼성에는 지난해 6조1852억원어치의 부품을 조달한, 소니에 이은 2번째 큰 고객. 올해는 부품조달 규모가 8조6000억원 정도로 늘어나 최대 고객이 될 전망이다.

애플이 삼성의 고객에서 경쟁자로 '변모'한 것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다. 애플의 '아이팟 나노'가 나올 때만 해도 MP3플레이어에서 경쟁하긴 했지만 낸드플래시의 최대 고객이라는 위치가 더 중시됐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고 휴대폰시장에서 삼성과 본격적으로 경쟁에 나선 데 이어 올들어 특허소송을 제기, 삼성과 긴장관계를 조성했다. 애플은 지난 4월15일 삼성전자를 스마트폰 특허침해로 제소하면서 고객이자 경쟁자로 변했고 양측은 전세계 9곳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잡스의 사망으로 삼성전자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최대 고객이자 최고의 경쟁기업 창업자의 타계로 양측의 특허소송은 당분간은 휴식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잡스의 타계로 당장 애플이나 삼성전자 어느 쪽이 특허소송에서 물러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보기술(IT)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은 애도기간에 조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소송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삼성은 잡스의 타계에 깊은 애도를 표하는 최지성 부회장 명의의 조의문을 발표했다. 최 부회장은 "고인은 세계 IT산업에 비전을 제시하고 혁신을 이끈 천재적 기업가였으며, 그의 창조적 정신과 뛰어난 업적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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