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A씨는 불과 9거래일 만에 240만원(-12%) 가량을 잃었다. 주가가 속락하면서 손실폭도 시장 대비 2배 이상 커졌기 때문이다. A씨는 "증시가 폭락하면 하루 이틀사이 다시 오른다는 주변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발목이 잡혔다"며 "손절매를 해야 할지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지수가 오르면 지수상승률의 2배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2배의 손실을 보는 상품이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자칫 잘못 투자할 경우 단기간에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5일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증시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는 KODEX 레버리지 (16,550원 ▼220 -1.31%)와 Kstar 레버리지 (9,830원 ▼75 -0.8%), TIGER 레버리지 (16,345원 ▼185 -1.12%) 등 총 3개다. 이들 레버리지 ETF의 최근 한 달간(5일 기준) 거래량은 총 8억4476만486주를 기록했다. 일평균 4223만8024주가 거래된 것.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레버리지 ETF는 특히 증시 하락폭이 클 수록 거래가 집중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 가까이 하락한 지난달 9일에는 2688만4699주가 거래됐지만 2% 이상 하락한 22일에는 4767만616주, 5% 이상 폭락한 23일에는 무려 7054만1790주가 매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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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하락폭이 클수록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은 단기 고수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매매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레버리지 ETF의 주요 투자자는 개인들로 전체 거래량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 15% 정도에 그치고 있다.
박현철 신한금융투자 차장은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낙폭이 크면 하루 이틀사이 기술적 반등이 나올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개인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반등 노린 개미 증시속락에 발목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술적 반등을 노린 레버리지 ETF의 단기매매 전략이 통했다.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하루, 이틀사이 반등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로존 위기 확산으로 증시가 힘없이 무너지면서 이 같은 전략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특히 단기간에 손실폭이 커지면서 손절매 시기를 놓치고 발목이 잡힌 개인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KODEX 레버리지는 최근 10거래일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줄곧 하락하면서 18.56% 급락했다. Kstar 레버리지와 TIGER 레버리지도 각각 18.33%, 18.3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지200지수는 9.25% 하락했다.
한 운용사 ETF 담당자는 "레버리지 ETF가 단기간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개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레버리지 ETF는 일반 주식과 달리 손실폭이 2배여서 하락장에서는 손절매 시기를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산관리 차원에서 헤지용으로 이용해야 할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를 단기매매하는 것은 바람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처럼 증시 방향성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막연한 반등 기대감만 가지고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충고다.
박현철 차장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에 단기투자 할 경우 자칫 큰 손해를 보고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