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최악 시나리오]환율 1600, 지수 1300...'악몽'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11.10.0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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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검은 그림자’가 국내외 증시를 떠돌고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방아쇠로 남유럽 위기 확산, 유럽 금융기관 부도,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에 충격을 덜 주면서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살아 있다. 증시에서 바라보는 '베스트' '워스트' 시나리오를 구성해봤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이상으로 치솟고, 실물경제 위축으로 기업실적과 무역수지가 급속히 악화된다. 수출주도형 국내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국내 증시는 바닥없이 추락한다. '코스피지수 1300대, 환율 1600원대'가 현실화된다.
'설마'하면서도 증시에서 그려보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그리스, 2008년 '데자뷰'의 방아쇠되나



증시 비관론자들이 바라보는 그리스 사태의 진로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 갈등이 지속되면서 해법이 도출되지 못하고,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디폴트가 전염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프랑스 등 주요 유럽 은행들의 부실화로 연결되고, 유로존 금융기관들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신용경색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상황이다.



이럴 경우 지수 하단 예측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2008년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자금 이탈 속에서 당국의 개입이 없다면 코스피 지수 1370, 환율 1430원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는 이미 디폴트 상태“라며 ”유로존 국가들의 정책 공조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그리스가 전면 디폴트 수준에 이른다면 최악의 경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 유럽국가들의 정책공조가 지연되면서 그리스 사태가 장기화국면에 돌입하는 이른바 그리스의 ‘좀비화’ 가능성이다. 하지만 정책공조가 때를 놓칠 경우 신용경색은 걷잡을 수 없이 유럽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충격 차단을 위한 유럽의 정책 공조가 늦어질 경우 유로존 전체가 신용경색에 빠질 수밖에 없고, 신용경색이 경기 둔화 국면을 한층 심화시켜 세계경기가 더블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증시 최악 시나리오]환율 1600, 지수 1300...'악몽'


◇환율, 마지노선 넘어 1400원까지 치솟을 수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될 경우 환율은 2008년 리먼사태 당시 수준과 비슷한 1400원에서 최대 1600원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위기가 악화되고 그동안 유로존 문제에 가려졌던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경우 환율급등과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현재 미국 경제는 더블딥(경기이중침체)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금융기관의 시용부도스왑(CDS) 급등, 모건스탠리 위기설 등이 반영하듯 미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따라서 8~9월 이탈했던 유럽계 자금에 이어 미국계 자금마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코리아엑소더스’를 선택할 경우 국내 증시에는 악몽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금은 320조원에 달한다.

송 센터장은 “정부차원에서 방어를 하겠지만, 무역수지도 악화되고 있어 환율 상승압박이 크다”며 “환율의 1차 지지선을 1200원, 마지노선을 1250원으로 보고 있지만, 유럽위기가 악화될 경우 1400원대까지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8년 리먼사태 당시 환율은 1500원선까지 올랐다.

◇실물경제 위축 불가피...기업 실적 '비상등'
유로존의 신용경색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기에 미국의 침체와 중국의 경기둔화까지 겹치면서 국내 경제가 2~3년간 침체에 빠지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국내 무역수지에는 이미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9월 무역수지는 14억35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30억달러나 줄어들 수치다. 선박을 비롯해,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물량이 유럽재정 위기 여파로 현지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줄었기 때문.

송 센터장은 “유럽이 재정지출을 통해 부양에 나서더라도 실물에 영향을 줘 수요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이익이 1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사태가 계속해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표류할 경우 기업실적 부진, 소비심리 침체가 동시에 수면위로 부상할 것”이라며 “금융과 실물 모두 침체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하더라도 2008년 리먼사태 당시에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을 확대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였던 IT나 자동차에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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