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짜리 땅을 70만원에…"중개업자도 당했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최윤아 기자 2011.10.1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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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분양사기 주의보]<1>'기회의 땅'이 '눈물의 땅'으로


- 건축 불가능 농지 허위 광고 '기획부동산' 활개
- 개발소식에 구입한 토지, 묘자리도 못쓰는 맹지
- 경운기 길을 도로로 착각하게…가보고도 당해


2만원짜리 땅을 70만원에…"중개업자도 당했다"


"100년 안에 오를 일이 없는 땅에 1억원을 날렸습니다."



강원도에서 5년간 토지매매를 전문으로 해 온 부동산 중개업자 고모씨(남, 47)가 다른 것도 아닌 토지분양 사기로 1억원을 날린 사연은 이랬다. 일흔을 바라보는 고씨의 부친은 지난 2008년 7월 경기 여주 남한강변 북단 임야 495㎡를 3.3㎡당 70만원에 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 프로젝트 때문에 여주 일대 부동산이 들썩일 때다. 여주가 경부운하의 복합화물터미널 입지로 급부상하자 고씨의 아버지는 모아 두었던 돈을 모두 털어 계약금을 냈다.



고씨가 급하게 여주 부동산 중개업자 3명을 연결시켜 상담을 받게 했지만 아버지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대운하 사업은 무산됐고 고씨의 아버지가 산 땅은 '묘자리로도 쓸 수 없는 땅'이 됐다.

고씨는 "아버지가 투자하신 땅은 도로가 없는 맹지여서 포크레인도 들어올 수 없다"며 "후하게 쳐도 3.3㎡당 2만원이 될까 말까한 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땅은 영원히 못 팔 것 같다"며 "명색이 아들이 부동산 중개업자인데 아버지가 기획부동산에 사기를 당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이없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털어놨다.

◇"눈 뜨고도 당한다"
고씨의 부친만이 아니다.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도, 나름대로 부동산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도 토지분양 사기의 덫을 피해가지 못했다.


최근에는 전원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관련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다. 경제적 여유에 맞게 토지를 직접 구매해 건축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전원주택 관련 토지 분양광고는 관련 사기 제보 건수 전체의 80%에 이를 정도다.

자영업자 C씨는 몇 년 전 당한 부동산 사기만 생각하면 아직도 꿈을 꾼 것 같다. 그가 지난 2004년 텔레마케터로부터 추천 받은 곳은 충남 대산. 당시 인근지역인 천안·아산 개발이 한창이었던 터라 그 여파가 대산에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건도 좋았다. 계약금으로 200만원만 내면 현장답사와 상세 개발계획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계약금을 지불한 C씨는 다음날 현장으로 떠났고 투자하려는 땅이 비포장도로와 맞물려 있어 개발이 가능하다는 투자상담사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C씨가 산 땅은 투자가치가 없는 맹지(도로에 직접 닿지 않은 땅)였다. 비포장도로는 겉으로는 '도로'이지만 법적으로는 농지이기 때문이다.

C씨는 "경운기가 오래 지나다보니 자연스레 농지에 길이 난 것을 보고 법적으로도 도로일 것이라고 착각했다"며 "아직도 내가 헛것을 보고 온 건가 싶다"고 말했다.

◇'기회의 땅'이 '눈물의 땅'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마음먹고 '사기광고'를 해대면 구매자들은 더 쉽게 '혹'한다. 특히 일부 분양광고의 경우 광고의 편집이나 배열이 기사 형식으로 돼 있어 신뢰도가 높은 기사로 오인하기 쉽다.

여주도시개발은 지난해 경기도 여주군 소재 임야를 전원주택지로 분양하면서 중앙 일간지를 통해 대대적인 허위·과장 광고를 해오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여주도시개발은 분양대상 토지의 대부분이 농림지역이라 일반인은 전원주택 건축을 할 수 없음에도 사두기만 하면 건축이 가능한 것처럼 '기회의 땅'으로 광고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전원주택 마련의 꿈을 눈물과 함께 날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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