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뉴욕 브루클린 다리 위에 반월가 시위대가 집결해 있다. ⓒBBC화면
지난달 17일 금융권의 부패와 탐욕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월가 점령(Occupy Wall St.)’시위가 기세를 더하며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또 프라하, 멜버른, 몬트리올 등 해외에서도 동조시위가 계획되는 등 ‘아랍의 봄’을 본따 ‘미국의 가을’로 불리는 시위의 불길이 점차 글로벌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말인 지난 1일. 월가로 진입하는 뉴욕 맨해튼의 유서 깊은 브루클린 브릿지는 시위대로 뒤덮혔다.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에 집결한 시위대가 브루클린 다리 차도로 내려와 행진을 벌이려다 경찰과 충돌하며 700여명이 연행되는 소동이 일었다.
이날 시위대의 구호에는 금융권의 탐욕부터 지구 온난화 등 다양한 요구 사항이 담겨있었다. 일부는 납세자들의 돈으로 구제를 받은 은행 임원들이 이후에 터무니없는 보너스를 받았고 주장했다. 또 기업들은 유전자 변형 식품으로 식료품 공급망을 타락시켰고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교섭권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스턴에선 앞서 지난달 30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본사 건물 밖에서 3000여명이 시위를 열었고 이 과정에서 24명이 무단침입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뉴욕 시위로부터 영향을 받은 조직들의 움직임을 정리해놓은
웹사이트(occupytogether.org)에 따르면 시민운동가들은 미국 이외에 프라하, 멜버른, 몬트리올에서도 시위대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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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에서) 99%의 다수로서 더 이상 조용히 있지 않을 것이다"고 밝힌 뒤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랍의 봄'에서 쓰여졌던 전략들을 사용할 것이며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비폭력으로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온라인,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시위 가담자를 규합하고 영향력을 전파하겠다는 의미이다. 일부 시위대는 이날 경찰의 진압에 ‘한 명이 잡히면 내일은 두명이 더 나설 것’이라고 외쳐 지속적인 항쟁에 나설 것임을 다짐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위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다른 도시에서도 뉴욕처럼 시위가 확산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시위 참여자의 구성이 워낙 다양한데다 이들의 요구사항도 가지각색인 때문이다.
일단 뉴욕 브루클린 사태를 계기로 시위가 더욱 확산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위싱터주립대의 T.V.리드 교수는 "브루클린 다리 위에서의 대규모 시위와 연행으로 수백명이 추가로 운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헤니 미시건대 교수 역시 "경찰의 체포는 연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지난달 런던을 불태웠던 폭동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명확한 아젠다 부족으로 시위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의 데이비드 메이어 교수는 "시위를 시작하도록 하는 잠재력은 충분히 있지만 현재로선 운동이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참여자들은 다른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랭클린 마셜 대학의 테리 마돈나 정치 과학자는 이번 시위는 계층 투쟁이라는 더 큰 주제의 일부이기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시위로 인해 유권자들의 주된 초점이 고용과 경제에 맞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