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그리스분담 더 늘려라 vs 안돼"..獨·佛 다시 신경전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9.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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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은행이 고통분담에 더 나서야한다" vs "21%나 깎아줬는데 무슨 소리냐, 더 강요하면 은행주 다시 무너진다"

독일과 프랑스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은행들이 그리스의 빚을 더 깎아줘야 한다는 독일 측 주장에, 프랑스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가 많은 프랑스 은행의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유로존의 일부 국가는 민간 채권단이 그리스 부채를 더 깎아주지 않으면,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자금 지원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유로존 정상들은 민간 채권단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지난 7월 109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그리스 민간 채권단은 오는 2020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그리스 채권을, 수십 년간 상환이 미루어지는 유럽연합(EU) 보증채로 바꾸되, 그리스의 채무를 21% 깎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유로존 17개국 중 독일과 네덜란드 등 7개국은 민간 채권단이 짊어지겠다는 21%의 손실 부담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민간 채권단에게 추가적인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프랑스 등 나머지 10개 회원국과 유럽중앙은행(ECB)은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유로존 국가 가운데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가 가장 많은 프랑스로서는 독일 등의 요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민간 은행들의 손실 분담이 늘어날 경우 유럽 은행의 주가가 더욱 하락해, 향후 은행들의 자본 확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마침 유럽의 은행들은 이번 주 들어 모처럼 랠리를 전개하고 있다. 유럽 은행의 재자본화와 유로존 국채 매입을 도모하기 위해 유로존 관리들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을 준비중이라는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익스포저가 많은 프랑스 은행들은 그야 말로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이 이날 17% 가까이 오른 채 마감했고,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은 13%씩 올랐다.

FT는 향후 그리스에 필요한 구제자금 규모가 지난 여름 예측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간 채권단에 대한 추가 고통분담 요구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경기위축과 더딘 긴축조치 실행 등으로, 그리스의 향후 3년간 구제자금 수요가 2개월 전에 예측했던 1720억유로를 이미 넘어서,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러한 부족분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그리스의 명줄을 쥐고 있는 독일이 민간 채권단의 추가적인 고통분담 문제로 2차 구제자금 지원에서 아예 발을 뺄 가능성은 없다.

이날 독일을 방문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리세션이 깊은 와중에 과감한 긴축정책을 시행하려 그리스가 `초인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음을 독일이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에 대한 지원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그리스 총리를 달랬다.

당초 유로존 재무장관은 이번 주 월요일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자금 6차분인 80억유로의 지급을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채권단의 추가 고통분담 문제로 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FT는 6차분 지원 결정이 2주내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 때까지는 미루어지겠지만, 결국에는 독일이 6차분 지급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스로서는 믿을 게 독일 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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