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아껴라" 직장인 하메族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1.10.0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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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셋·여자 둘이 한 집에…그런데 그들은 가족이 아니다"


- 사생활 문제불구 전략적 동거
- 1위 구인사이트 127만명 가입
- 전문가들 "주거 질 악화 문제"


ⓒ김현정ⓒ김현정


#지난 9월27일 저녁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빌라. 거실에 걸린 대형 화이트 보드에 글자가 빼곡히 적혀있다. '화장지, 섬유 유연제 다씀', '여자 빨래 남자 빨래 구분해 널기', '인사 사절' 등…



전용면적 80㎡, 방 3 칸인 이 집에는 여자 둘, 남자 셋이 함께 산다. 이들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다. 단지 월세를 아끼기 위해 전략적으로 함께 사는 '동거인'일 뿐이다. 이른바 '하메(하우스메이트)족'이다.

월세를 아끼기 위해 생면부지의 타인과 함께 사는 하메·룸메(룸메이트)족이 늘고 있다. 특히 전·월세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직장 초년병이 하메를 많이 찾는다. 훌쩍 뛴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는 힘들고 다달이 50만∼70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내자니 부담스러워 월세를 공동부담할 동거인을 찾아나선 것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룸메이트'를 검색하면 룸메·하메 구인 전용 사이트가 수십 개 나온다. 이중 가입자가 가장 많은 '룸메와 하메(www.roommehame.com)' 사이트에만 총 127만1953명이 가입돼 있다.

룸메·하메 구인 사이트인 마이룸메이트 강인호 대표는 "예전에는 돈없는 대학생들의 구인 게시물이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직장인 이용자의 게시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매월 적지 않은 금액의 월세가 부담스러운 직장인들이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룸메·하메를 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하우스쉐어(House share· 집 공유)'로 월세를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월세와 공과금을 사람수 만큼 나눠내는 방식이 일반적인 만큼, 하메를 많이 두면 개인 부담이 줄어든다.


하메 한 명과 함께 살고 있는 직장인 임모씨(남·25)는 "혼자 살던 지난달에는 월세로 100만원을 내야 했지만 지금은 하메와 반을 나눠 50만원만 내면 된다"며 "짐이 많은데다 직장도 강남이라 이사를 가기가 쉽지 않았는데 하메를 구해 월세를 나눠내니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하메 4명과 함께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남·26)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을 내고 살았는데 하메 4명과 나누니 한 사람당 30만원만 내면 된다"며 "보증금을 낸 이 집 '주인'으로서 청소와 생필품 구매를 담당해 피곤하긴 하지만 120만원이나 아낄 수 있으니 하우스쉐어를 그만 두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해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만큼 문제도 적지 않다. 특히 청소, 이성친구의 방문 문제로 분쟁이 잦다. 김씨는 "엄연한 공용공간인데 야밤에 이성친구를 데려오거나, 화장실 청소를 대충해 하메와 다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계약할 때 이 집의 규칙을 따르겠다는 각서를 하메에게 받아 둔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은 "하우스쉐어는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보편적 주거방식이지만 우리나라는 최소 주거기준에도 못미치는 좁은 공간에 살도록 강제된 기형적인 구조"라며 "이 같은 현상이 확대되면 주거의 질 악화를 피할 수 없는 만큼, 공급 확대와 함께 전·월세 대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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