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리먼' 진원지 유럽은행, 버티기 안간힘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9.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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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발행 통한 자금 조달 급감, 소매 채권 팔아 가까스로 버티기도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유럽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당면한 채무위기를 해결하는 것만 해도 빠듯한 일이라 금융위기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처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27일 유럽 은행권이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위기의 프랑스 은행들이 정부로부터 구제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자금경색 뚜렷…채권을 못판다=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됐지만 또 그로 인해 해결의 우선순위에서는 밀린 유럽 은행권의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각국 정부와 은행들은 위기라는 말을 꺼내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 상당한 자금조달 경색 상황에 처해 있다.

WSJ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은 최근 3개월 동안 원하는 가격에 회사채를 팔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은행권의 주변국 국채 및 대출 익스포저 리스크와 변동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금융기관들이 이번 분기 발행한 선순위무담보채권은 340억 달러로 약 10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선순위무담보채 발행은 전통적으로 유럽 은행들이 장기 자금을 조달할 때 이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 중 하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각의 계약 규모도 5억 달러를 밑도는 소규모로 이뤄지는 등 경색된 상황을 보이고 있다.

또 유럽 은행들의 부채는 내년까지 약 8000억 유로(1조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대부분을 상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하지만 은행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자산을 팔고 대출을 줄여야 한다.

지금까지 유럽 은행들에 대한 우려의 초점은 대부분 단기 자금조달의 경색에만 맞춰져 있었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도 은행권 단기 자금조달 시장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중장기 채권 발행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들의 차환이 문제다.


사이먼 애덤슨 크레디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내년 만기 채권의 25%가 이전과 달리 정부 보증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권은 급격히 대출을 줄여야 하고, 이는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제 은행으로 지목된 프랑스의 양대 은행 BNP파리바와 소시에떼제네랄은 자산 매각 계획을 밝히며 시장을 달래고 나섰다. 지난 7월 이후 주가가 50% 넘게 급락한 BNP파리바는 이달 초 700억 유로 규모의 리스크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 기간 주가가 60% 폭락한 소시에떼제네랄은 오는 2013년까지 40억 유로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자산과 비용을 감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악화돼 자산 매각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매 채권 팔며 가까스로 버티기=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 은행들이 국가채무위기에 따라 3000억 유로 손실을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민간 분석에 따르면 그리스의 디폴트나 헤어컷시 유럽 금융시스템은 건전성이 악화돼 1000억~4500억 유로의 자본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우려에 유로존 각국 정부의 은행 채권 보증, ECB의 12개월 장기대출 재도입 등이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는 방안들이지만 민간에 리스크를 전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은행들의 다양한 자금조달 원천이 계속 사라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예컨대 이탈리아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프랑스 시장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해 자금조달을 해왔다. 지난 5월에는 6개 대형 이탈리아 은행이 총 245억 유로 규모의 CD를 발행했다. 그러나 이후로는 발행이 부진해 지난 16일까지 절반인 121억 유로로 감소했다.

이에 이탈리아 은행들은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을 팔고 나섰다. 해외에서 발행하던 CD를 개인투자자 대상 발행 채권으로 대체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소매 채권 발행 경쟁이 치열해져 금리가 2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스페인 은행들도 같은 추세로 현지 최대 은행인 방코산탄데르는 지난주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75억 유로 규모의 25개월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7월 스페인의 7개 저축은행들이 합병해 탄생한 방키아도 지난주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연리 4%의 1년 만기 채권 발행해 팔았다.



그러나 이같은 소매 채권 역시 수요가 제한적이다. 개인투자자들도 기관투자자들을 같은 뉴스를 보고 있기 때문에 겁을 먹어 리스크 회피 심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들을 조달 비용이 비싼 모기지 자산 담보 채권인 커버드본드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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