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 '최종 해법' 안정기금 `특수목적법인화`안 급부상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9.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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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재정위기 해결책으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이 출자하는 특수목적회사(SPV) 설립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CNBC 방송은 26일(현지시간)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EFSF이 출자하고 유럽투자은행(EIB)에 의해 설립되는 특수목적기구(SPV)를 검토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FT) 칼럼을 통해 유럽 재정위기를 해소를 위해서는 위해 EFSF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출자에 참여하는 특수목적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잔 교수는 올 초 영국 이코노미스트로부터 위기 이후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학자로 선정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 CNBC "EFSF가 출자하는 `특수목적회사` 검토 중"



우선 CNBC가 유럽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는 특수목적회사는 자체 채권을 발행해 마련한 자금으로, 재정상태가 나쁜 나라의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가 자금조달(국채발생) 비용을 낮추고, 이들 나라의 국채를 잔뜩 짊어진 유럽 은행이 해당 국채를 특수목적회사에 매각함으로써, 은행의 부실화 위험을 덜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특수목적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돈을 빌릴 때 담보로 활용된다. ECB 입장에서는 담보를 받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인 자신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은 범위에서 자금난에 처한 은행을 도울 수 있다.


특히 유럽 은행들은 재정위기에 빠진 나라의 부실한 국채를 특수목적회사가 발생한 채권으로 교환할 경우, 은행의 부실화 가능성을 더는 한편 ECB에서 자금도 손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으로부터 `부실 유가증권(toxic securities)`을 사들이는 것을 검토했던 미국의 부실채권정리기구(TARP)의 원안과 흡사하다. 당시 미국은 부실 유가증권의 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렵고 시행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 계획을 포기한 바 있다.



CNBC는 최근 EFSF 증액을 둘러싼 찬반 논란 역시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는 특수목적기구의 설립 계획이 모색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세한 내용은 유럽 관리들의 논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EFSF와 IMF가 출자하는 특수목적기구 제안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학 교수는 마침 이날 CNBC가 보도한 비슷한 맥락의 특수목적기구 설립을 제안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유럽의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특수기구`를 만들되, 출자에는 EFSF 뿐만 아니라 IMF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잔 교수는 현재 유럽이 재정위기를 타개하려면 △유럽 은행의 재자본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요구를 충족할 정도의 충분한 기금, △그리스 위기의 전염 차단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의 재자본화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수천억 유로가 필요할 정도로, 유럽의 재정위기 해소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라잔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IMF 연차 총회에서 유럽이 EFSF와 관련해, 출자 또는 투자자에 대한 초기투자 손실 보장처럼 더욱 창의적인 방식으로 EFSF를 이용할 의지를 보인 점은 한 가지 희망이라고 밝혔다.

라잔은 하지만 유로존의 문제가 유럽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EFSF의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EFSF와 유럽중앙은행(ECB)을 서로 협력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지만, 이는 문제만 키울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ECB에게 준(準) 재정 역할을 부여하면 ECB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엄격한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기에는 EFSF나 ECB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오는 10월부터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ECB 총재직을 맡으면 ECB의 독립성마저 의심받을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라잔은 더욱이 EFSF와 ECB 모두 동일한 유로존 재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시장이 대규모 디폴트에 대한 우려로 패닉을 보이기 시작하다면, 독일의 EFSF와 ECB 지원 능력에 의구심이 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로존 지원에는 상당한 손실을 감내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라잔 교수는 따라서 유럽 재정위기는 유로 차원에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며, IMF가 유럽 재정위기 처리에 있어 지금까지의 `들러리`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IMF가 멕시코 금융위기 직후 1995년에 설립한 `신차입협정`(NAB)과 병행해 유럽을 지원할 특수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이 기구는 EFSF가 초기에 출자하되, 초기 출자금이 잠식되면 IMF가 추가로 출자를 한다. 필요하면 시장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등 IMF 멤버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라잔 교수는 이러한 특수기구가 만들어지면 이탈리아와 같은 국가에 대규모 크레디트 라인 제공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또 (문제 발생시) 유로존 이외의 지역, 즉 전 세계로부터 화력지원이 집중되리라는 점을 시장에 인식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아울러 유로존에 대해서는 상처 입은 자존심을 억누르는 한편,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이미 했던 약속(EFSF 증액)을 신속히 이행해야 하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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