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신용평가 의존도 축소 vs 이용도 제고

더벨 조헌성 한국기업평가 평가기획실장 2011.09.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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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더벨|이 기사는 09월26일(11:15)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평가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그 강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마치 신용평가사가 금융위기의 주범이고 공적(公敵)인 양 말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신용등급의 강등이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반격' 이라는 음모론도 존재한다고 하니 신용평가사에 대한 불신이 극에 치닫고 있는 듯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신용평가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함으로써 영향력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신용평가 의존도 축소는 신용평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기관의 자체적인 신용분석 능력을 확충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용평가 의존도 축소를 '이용 범위 축소'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취지를 잘 담아내기 위해서는 '신용평가 의존도 축소' 보다는 '투자자의 신용분석능력 확충' 이라는 용어가 보다 적절해 보인다.



국내 신용평가에 대한 규제 수준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정부 주도로 제도가 도입된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는 직접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하여 1980년대 중반에 신용평가제도를 도입하였고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기 시작한 것은 IMF 이후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이다.

시장의 필요에 의해 태동되고 시장의 보호아래 성장가도를 달렸던 글로벌 신용평가사와는 성장배경부터가 다르다. 해외의 신용평가에 대한 비판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국내 신용평가에 대한 상황인식이 부족한데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신용평가의 활용 역시 회사채, ABS, CP 평가에 국한되어 있어 실질적인 신용평가의 역할 범주가 미약하기 그지 없다. 실제 신용평가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수가 2010년말을 기준으로 693개사에 불과하고 상장기업의 18.7%(유가증권 26.6%, 코스닥 5.0%)만이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평가 이용범위를 축소할래야 축소할 게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평가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그 역할을 오히려 확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발행사의 교섭력 확대가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기관 자체적으로 객관화된 신용위험을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단 분석능력의 차이에서만이 아니다. 발행사와의 관계에서 야기되는 독립성 문제, 해당 투자기관의 익스포저 여부에서 빚어지는 이해상충 가능성 등 객관성을 확보하기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따르고 있다.

신용평가의 신뢰성에 대한 의혹은 다행스럽게도 신용평가사의 본원적인 기능인 신용분석능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신용평가의 신뢰성 문제에 있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슈가 발행사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의뢰구조이다. 발행사가 신용평가사를 선택하는 구조에서 발행사의 등급쇼핑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신용평가의 독립성에 흠결요인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등급쇼핑이 실제로 존재하건 아니건 간에 이에 대한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발행사와의 관계에서 신용평가사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의뢰구조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물론 신용평가 비용부담 문제와 신용평가사간의 신뢰성 경쟁 촉진이라는 전제를 충족시킬만한 최적해를 도출하기는 난해한 면이 있다. 어떠한 방안이 되었건 간에 발행사의 의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現 의뢰구조에서의 개선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의뢰구조의 개선과 함께 신용평가의 신뢰성 제고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신용평가의 신뢰성에 대한 투자자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이다. 투자자는 신용평가의 수요자로서 실질적인 의뢰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신용평가사는 투자자에게 신용평가를 위임받은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투자자는 대리인인 신용평가사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그 독립성을 보호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투자자는 신용평가를 그저 제도적으로 주어진 영업환경으로만 인식하고 있을 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신용평가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않는 일부 투자자는 그래도 신용평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는 투자자로 여겨질 정도이다.

신용평가에 대한 투자자의 무관심은 투자자 자신에게 주어진 신용평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신용평가사간 신뢰성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신용평가의 신뢰성과 그 적시성을 높일 수 있는 위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말이다.

투자자는 의뢰구조에서 기인하는 신용평가의 독립성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로서 이를 개선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신용평가사간의 신뢰성 경쟁이 이루질 수 있도록 자신의 Needs에 기반한 경쟁촉진 방안도 적극적으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신용평가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대안은 신용평가의 이용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선후관계가 뒤바뀐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신용평가의 이용도를 넓히는 것은 신용평가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다.

현재의 신용평가 이용자는 채권투자기관에 국한되어 있다. 신용평가가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신용위험에 관한 정보 욕구는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쉬운 예로 주식시장을 들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에 대해 이용 가능한 정보는 재무제표, 공시사항, 증권사에서 제시하는 기업분석자료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투자대상기업의 신용위험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이용가능한 분석자료라고 할 수 있는 증권사의 분석리포트는 일부 기업에 한정되어 있고 그 내용 또한 성장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신용위험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투자자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장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하자. 주식투자자는 신용위험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신용평가사에게 자신의 정보 욕구에 대해 적극적인 요구를 할 것이고 이는 신용평가의 신뢰성 제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신용평가의 신뢰성 제고와 이용도 확대간의 선순환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신용평가의 이용을 확대시키는 것은 채권투자기관으로 제한되어 있는 정보이용자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직접적인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통하여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정보이용자 확대를 통하여 신용평가사간 품질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신용평가의 신뢰성 제고라는 결실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용평가는 이제 갓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에서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요구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신용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감독기관, 투자기관, 신용평가사의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시장의 신용위험에 대한 정보욕구 충족과 신용평가 신뢰성 제고 사이의 선순환구조의 정착을 위하여 신용평가의 이용범위를 확대시킬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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