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본입찰 11월초로 연기한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박종진 기자 2011.09.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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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SKT 외 원매자 찾기로...인수자부담 경감·신주발행사 10%내 할인 검토

다음달 24일로 예정됐던 하이닉스 (221,000원 ▼1,000 -0.45%)반도체 매각 본입찰이 11월 초로 연기된다. STX그룹의 입찰 포기 이후 제3의 인수 후보를 물색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채권단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인수자의 가격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의 입찰 조건을 확정해 10월 초 입찰안내서를 발송키로 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채권단)는 매각 일정을 2주일 가량 연기해 11월 초 본입찰을 진행키로 했다. 입찰안내서도 다음달 5일쯤 발송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당초 이번 주 초 인수 후보들의 가격 부담을 낮춰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입찰 기준을 서면결의하고 단독 인수 후보인 SK텔레콤(SKT)에 입찰안내서를 발송할 계획이었다.



채권단이 매각 일정을 연기하기로 한 건 인수 후보 중 하나인 STX가 지난 19일 입찰 포기를 공식화하면서 매각 틀 자체가 바뀌게 됐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STX의 인수 포기 직후 "매각 절차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며 "추가 인수 희망기업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본입찰 날짜 등을 바꾸지 않고 매각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되 SKT 외의 인수 후보들에게 입찰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SKT를 대상으로 한 단독입찰에 부담을 느낀 채권단이 경쟁 입찰 구도를 만들기 위해 일정 자체를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현재 시장수요 조사(태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입찰 조건과 관련해선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세부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하이닉스 매각은 채권단이 보유 지분 15%의 절반인 7.5%(구주. 4425만 주)를 매각하고 인수자는 구주 대비 2.3배인 1억185만 주의 신주를 발행(인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주식 희석 가치 등을 감안하면 인수 후 신주 14%와 구주 6% 등 모두 2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구조다.

최종 신주 발행 가격은 본입찰 때 인수자가 제시한 입찰 가격과 우선협상자 선정 후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기준가 중 높은 쪽으로 결정된다. 우선협상자가 정해져 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면 신주 발행 기준가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주가 변동 리스크를 인수자가 오롯이 짊어져야 한다며 SKT와 STX가 반발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결정되는 신주 발행 기준가를 상법상 허용범위인 10% 범위 내에서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닉스 매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하이닉스 이사회에 신주 발행 기준가에 대한 디스카운트(할인)를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상법상 3자배정 유증의 경우 이사회 고유 권한으로 10%까지 할인할 수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아울러 본입찰과 신주 발행 기준가를 확정하는 이사회 개최 시기를 열흘 이내로 단축해 주가 변동 리스크도 줄여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채권단은 신주 발행 기준가가 입찰 가격보다 높아지면 발행 물량을 14%보다 줄여주는 방식으로 인수자 부담을 낮춰줄 계획이다. 기준가가 본입찰 제안 가격보다 20% 이상 상승하면 인수포기 옵션(Walk away)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입찰 조건은 STX 인수 포기 직전 마련했던 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하이닉스 매각 성사에 초점을 두고 채권 금융회사간 논의와 결의를 거쳐 입찰 조건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권에선 이번 하이닉스 매각이 SKT 단독 입찰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여건상 제3의 인수 후보가 등장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SKT가 써내는 가격 수준이 하이닉스 매각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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