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물가보다 수출 챙겨라’ - 위기를 보는 중국 입장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09.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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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워치]유럽-미국에 대응책 마련 바쁜 중국

“이제부터는 물가보다는 수출이 정책의 우선과제로 부상할 것입니다”(왕윤종 SK차이나경영경제연구소장).

“계층 및 지역간 격차를 축소하고 내수 중심으로 발전모델을 전환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유럽과 미국의 위기를 도와줄 여력이 없을 것입니다”(박한진 코트라 베이징KBC 부관장).

유럽과 미국의 부채위기가 신용 및 금융위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중국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외환 및 자본시장과 증권시장이 개방되어 있지 않아 외부 위기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23일 2400선을 위협할 정도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환율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은 중국 경제의 성장발전을 이끌고 있는 기관차이고,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1,2대 수출시장이다. 유럽과 미국의 국채위기가 신용 및 금융위기로 악화되면 단기적으로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강해질 것이다. 23일 위안화 기준환율은 달러당 6.3840위안. 연초보다 0.2375위안(3.58%)이나 떨어졌다. 유럽과 미국의 위기가 없을 경우 연말까지 1.5% 정도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 등에서의 압력이 강해지면 더 절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년과 올해 임금이 20% 가량 오른 상황에서 환율마저 더 떨어지면 원저우(溫州) 동관(東莞) 후저우(福州) 등 중소수출제조업체가 집중돼 있는 동남해안 지역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신용 및 금융위기가 장기화돼 실물경제 위기로까지 연결될 경우 중국의 수출은 더욱 힘들어지고 중국의 ‘개혁개방과 구조조정(轉型)’에도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이 앞으로 거시경제정책의 중점을 물가보다는 수출에 둘 것이라는 예상은 이래서 나온다.



왕윤종 SK차이나경영경제연구소장은 “위안화 절상압력이 높아지고 미국과 유럽 경제가 둔화되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중국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물가도 9올 연말부터 안정되고 있어 중국의 향후 정책은 물가보다 수출에 중점이 두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강하게 추진됐던 금융긴축정책이 연말이나 내년부터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션은완궈(申銀萬國)증권연구소도 지난 22일 선전에서 열린 ‘2011 추계거시경제 전략발표회’에서 “부동산 억제정책 및 세계경제 둔화 등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도 내년 1,2분기에 성장률이 떨어지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4% 밑으로 안정될 것”이라며 “중국은 내년 1,2분기 중에 중소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경제구조전환 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둔화에 대응해 내수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내수 확대로 수출 감소를 흡수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내수가 수출 대신 경제발전의 기관차 역할을 하도록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KBC 부관장은 “12차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 원칙은 구조조정”이라며 “유럽 및 미국의 금융위기로 수출이 둔화될 경우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는데 중국이 빨라지는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 국제화와 자본시장 개방 등은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교환되는 자유태환(兌換)이 2015년까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부에서 제기됐지만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위안화 절상도 중국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수준에서, 즉 중국의 필요에 따라서 서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의회에서 위안화 절상압력을 높이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수출주도 경제에서 내수주도 경제로의 구조조정’이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중국으로선 받아들일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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