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원룸, 알고보니 '고시원'?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1.09.27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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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모델링후 용도변경 신고않는 불법 많아
- 주거시설로 분류안돼 전세금 대출 불가능


↑고시원을 원룸 등으로 리모델링한 후 해당 관청에 신청하지 않는 불법 행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고시원을 원룸 등으로 리모델링한 후 해당 관청에 신청하지 않는 불법 행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서울 종로구에 사는 최경진(가명·28)씨는 최근 '원룸' 전세금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다가 '고시원'으로 등록이 돼 있어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고시원은 주택법상 주택이 아니어서 전세금 대출이 안된다는 게 은행 직원의 설명이다.

방마다 취사시설도 돼 있고 전용면적도 11㎡ 정도로 고시원보다 2~3배 넓어 당연히 원룸으로 알았다. 은행 직원은 "겉보기엔 그렇더라도 등기부 등본상 고시원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등기부 등본상 고시원인 '무늬만 원룸'이 늘면서 전세난에 원룸을 얻은 세입자들이 대출받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

고시원을 원룸으로 리모델링한 후 관할 구청에 용도 변경 신고를 하지 않거나 건물 사용 승인 이후 도시가스를 연결해 원룸으로 사용하는 등 불법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신고 용도변경(건축법108조)에 해당되며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된다.



고시원이 밀집한 서울 관악구에서는 이 같은 불법행위가 두드러진다. 관악구 일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이 지역 고시원의 70%가 원룸으로 리모델링되거나 없어졌다.

반면 소방방재청의 통계상엔 2010년 652개이던 고시원이 2011년(8월 기준) 810개로 되레 늘었다. 원룸을 신축하고 고시원으로 건축물 인·허가를 받은 불법 건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건축법상 2종 근린생활시설으로 분류되는 고시원은 주거시설이 아니어서 공동취사장 외에 개별 취사시설을 갖출 수 없다. 반면 원룸은 주거시설인 다가구나 다세대에 속해 개별 취사시설 설치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건물주들이 이처럼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고시원으로 인·허가를 받으려 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주차기준 등의 규제에서 고시원이 원룸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리모델링 전문업체 코지하우스 유영선 대표는 "주차기준뿐 아니라 건물간 간격, 도로 후퇴선 등의 규제가 고시원이 원룸보다 느슨하다"고 설명했다.

고시원 주차기준은 134㎡(이하 전용면적)당 1대, 원룸은 60㎡당 1대다. 248㎡의 건물을 짓는다고 가정할 때 고시원은 차량 2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만 갖추면 되지만 원룸은 두배인 4대가 주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시원과 달리 원룸은 건축선(도로와 접한 부분에 있어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선)에서 1m 후퇴해 지어져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30실 미만이면 건축심의를 받지 않는 고시원과 달리 원룸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경관, 형태, 짜임새 등의 건축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건축이 더 까다로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세입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전세자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정민 태인 부동산팀장은 "고시원은 주거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금 대출은 안된다"며 "다만 전입신고 후 사실상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면 임대차계약법에 따라 전세금을 보호받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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