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 애프터 시대' 5가지 新펀드 투자전략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엄성원 기자, 구경민 기자 2011.09.2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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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 애프터' <제1부> 자산관리 '판'이 바뀐다③]

미국과 유럽의 소버린 위기로 '장기·적립·분산'이라는 펀드투자의 3대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위기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상시화하면서 주가, 환율, 금리 등 투자지표가 크게 요동치고 있는 탓이다.

단적인 예로 2007년 10월 국내 주식형펀드에 거치식으로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리먼 사태로 입은 막대한 손실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은 올 1월이다. 3년 이상 투자해 겨우 원금을 만회한 것. 하지만 대외 쇼크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다시 -8%대(21일 기준)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펀드는 최소 3년 이상 장기투자 해야 한다"는 통념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미국과 유럽의 소버린 위기는 '이변'이 아닌 오랜 시간을 거쳐 진행된 '변화'다. '이변'은 기다리면 되지만 '변화'는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투자의 법칙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장기·적립·분산투자'란 펀드투자의 3대 원칙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변화된 투자환경에 맞게 원칙도 진화해야 한다는 게 펀드전문가들의 충고다.



#1. 적립식펀드, '스마트'로 무장하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때는 적립식 투자도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매달 같은 날짜에 주식을 매수하는 정기식보다는 주가 수준에 따라 매수비중을 조절하는 임의식이 적립식 투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적립식 투자의 경우, 매달 같은 날짜에 투자하는 것보다 코스피지수 월 저점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이 우월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매월 초 같은 금액을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때 20일 기준 누적 수익률은 -8.2%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금액을 매월 코스피 최저점에 투자한 경우의 누적 수익률은 -6.7%로 나타났다. 투자시점만 달리 했을 뿐인데 1.5%p의 수익률 방어 효과가 생긴 셈이다.
'쇼크 애프터 시대' 5가지 新펀드 투자전략


매월 저점을 알수는 없지만 분할매수 전략으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분할매수펀드는 저점에서 자동적으로 매수를 늘려 변동장세에서 추가 수익을 노리는 펀드를 말한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과 같은 장세에선 주가 상승기 투자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분할매수펀드나 자산배분형 펀드 투자가 유리하다"고 추천했다.

자산배분형펀드 중 분할매수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펀드론 '동양오토시스템30 1(채혼)'이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연초 대비 0.16%의 수익률로 동일 유형 펀드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 '절대수익'전략으로 접근하라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자산을 키우는 것보다,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춘 투자전략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절대수익추구펀드'는 효과적인 투자수단이다.

절대수익추구펀드는 다양한 헤지펀드식 투자기법을 활용해 변동성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현재 출시된 절대수익추구펀드는 투자전략에 따라 크게 롱숏펀드와 CTA펀드로 나뉜다. 롱숏전략은 2개 이상의 투자대상에 매입과 매도 입장을 동시에 취해 손실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헤지펀드 투자기법이다. 주식형 롱숏펀드 중에선 '미래에셋인덱스헤지[주식]종류A'가 연초 대비 1.60%의 수익률로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시스템트레이딩의 일종인 CTA는 투자 대상을 주식, 채권 등 전통적 자산에 한정하지 않고 원자재, 통화, 파생상품 등으로 확대해 시장 위험을 최소화한다. 대표적인 CTA펀드론 '동양멀티마켓CTA 1[주혼-재간접]ClassA'이 꼽힌다.

지난 6월말 만들어진 이 펀드는 출범 두달여 만에 4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모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펀드는 설정 이후 2.41%의 수익률로 나름의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3. 대안투자로 눈을 돌려라

대외 쇼크로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는 주식, 채권 등의 금융자산보단 금, 농산물 등 대안투자를 늘리는 것도 효과적인 투자전략이다. 현재 금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위기 때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며 가치가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이후 금값이 뛰면서 금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금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80%로 같은 기간 시장수익률(32.1%)은 물론 주식형펀드(38.9%), 채권(20.1), 정기예금(18.2%) 등 여타 금융자산보다 높다.
리먼브라더스 붕괴 이후 자산별 수익률리먼브라더스 붕괴 이후 자산별 수익률
말콤 스미스 블랙록 펀드매니저는 "신흥국 중앙은행과 일반 투자자들의 금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금값이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농산물펀드도 금 펀드 못지않은 투자대안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기상이변과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농산물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5%를 기록, 해외 주식형펀드(4.2%)보다 3배 이상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4.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라
불확실성으로 투자수익을 올리기 힘든 시기에는 투자비용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보통 인덱스펀드는 액티브펀드보다 총 투자비용(보수+매매비용 포함)이 1%p 가량 저렴하다. 미미한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최근처럼 주가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투자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실제 인덱스펀드는 최근 장단기 수익률에서 액티브펀드를 앞지르고 있다. 인덱스펀드의 1~2년 수익률은 각각 1.31%, 9.97%로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0.08%p, 1.00%p 우수하다.

ETF는 인덱스펀드보다 투자비용이 0.5%p 정도 저렴한 반면 상품종류는 더 다양한다.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 분산투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주식과 달리 매매 시 0.3%의 양도세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방향을 알 수 없는 시장상황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유리하다"며 "거래의 편의성과 비용측면에서 본다면 ETF가 일반 펀드보다 낫다"고 말했다.

◇#5. 해외로 눈을 돌려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는 중국, 홍콩 등 여타 아시아 국가들보다 더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가 다른 시장보다 더 크게 흔들린다면 구태여 투자 시선을 한정시킨 채 높은 변동성 리스크를 지고 갈 필요가 없다. 소나기는 우선 피하고 볼 일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쉽사리 휘둘리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 리스크를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소버린 위기로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있지만 변동성은 각국의 경제상황이나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 직후인 지난 8월 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코스피의 하루 평균 변동성은 2.78%로 나타났다. 미국의 다우존스지수(2.32%)는 물론 말레이시아(1%), 중국(1.5%), 인도(2%), 인도네시아(2%) 등의 변동성도 우리 증시 이하였다.

자산 관리 전문가들은 이런 관점에서 해외 투자에 나선다면 중국이 최적지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역시 미국과 유럽의 소버린 위기에 영향을 받는 건 마찬가지지만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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