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만 해라, 축의금 낼 돈 없다 아이가…"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09.22 15:32
글자크기

결혼 축의금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중국 젊은이들

중국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건국기념일(스이졔, 十一節) 연휴를 전후해서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면서 '빠링허우(80后)'들의 '축의금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고 베이징르빠오(北京日報)가 22일 보도했다.

'빠링허우(80后)'는 1980년대(1980~1989년)에 태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 이들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올 스이졔 때 결혼이 집중되며 축의금 낼 돈이 없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원에 다니는 샤오판은 스이졔 연휴 기간에 동창생 3명이나 결혼을 할 예정이서 2개월 동안 생활비를 거의 털어 넣어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친한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수도 없고, 참석해서 홍빠오(紅包, 축의금이나 세배돈을 넣는 붉은 봉투)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할 수 없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줄이고 아르바이트를 더 하기로 했다. 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친구에게 빌리거나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로 했다.

박사 과정 학생의 '축의금 스트레스'는 더하다. 인민대학 국제관계학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인 장씨는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 적령기여서 결혼이 잇따르고 있다"며 "결혼 축의금을 내려면 몇 년 동안 번 것을 모두 써야 할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



축의금 스트레스는 학생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직장인들도 축의금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인터넷회사에 다니는 류(여)씨는 "결혼식 두 세곳에 참여하면 몇 개월 월급이 모두 날아간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융안리(永安里)의 회사에 4년째 다니고 있는 왕씨(여)도 "결혼식 축의금이 200위안에서 600위안으로 올랐다"며 "나날이 뛰는 축의금이 무섭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빠링허우(80后)'들은 '축의금 공포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축의금을 내지 않기로 약속하기도 한다. "어차피 모두 결혼할텐데 친구들이 결혼할 때마다 축의금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아예 서로 축의금을 주고받지 말자"는 신세대 발상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