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뉴요커 '단골 식품점' 강남에 들여와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1.09.2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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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신세계 강남점 '딘앤델루카' 국내 1호점 미리 가보니

정용진, 뉴요커 '단골 식품점' 강남에 들여와


뉴욕에서도 가장 잘나간다는 패션 1번지 소호(SOHO). 에르메스·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들이 점령하고 있는 이 거리에 유독 눈에 띄는 부띠끄가 있다. 바로 의류점이 아닌 식품점, 딘앤델루카(Dean&Deluca)다.

'섹스앤더시티'의 캐리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드리아가 이 가게에서 쇼핑하는 장면이 등장할 정도로, 뉴욕에선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이자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핫플레이스다. 오는 22일부터는 뉴욕까지 가지 않고도 가까운 강남 한복판에서 그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20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 반포동 신세계 (156,900원 ▲1,600 +1.03%) 강남점 지하 1층에선 오픈을 이틀 앞두고 막바지 정리가 한창이었다. 신세계는 지난해 단독으로 딘앤델루카와 라이선스 체결을 맺고 1년간 공들여왔다.

1977년 뉴욕의 작은 가게로 처음 문을 연 딘앤델루카는 2003년 일본에 첫 진출한 뒤 대만·쿠웨이트·두바이·태국을 거쳐 한국에 6번째로 공식 상륙했다.



이 매장은 △리테일숍(Retail Shop) △프리페어드 푸드(Prepared Food) △베이커리(Bakery) △에스프레소바(Espresso Bar) 등 4개 카테고리로 나눠졌다. 그야말로 '먹을 것에 관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게 동선을 짰다. 한마디로 식품점 업계의 '명품 멀티숍'인 셈이다.

약 330㎡ 규모 매장에 다가가자 식욕을 자극하는 향이 코를 찔렀다.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식재료와 베이커리 메뉴 뿐 아니라 생활 용품까지 가득했다. 전반적으로 '지중해 유럽풍' 느낌이 강하게 베어 나왔다.

이는 창업주 중 한명인 이탈리아계 델루카의 성장 배경과 무관치 않다. 딘앤델루카 황경선 팀장은 "지중해 문화 영향을 받은 국가들의 토지가 키워내는 풍부한 식재료들을 신선하게 고객들께 선사하고자 하는 정신이 내포됐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이란 수식어가 붙은 만큼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한 끼 식사를 채울 수 있는 샐러드나 샌드위치는 개당 1만원을 넘었고, 싱가포르 브랜드 TWG 차(茶)제품은 15개들이 티백세트가 3만4000원 정도였다.

정용진, 뉴요커 '단골 식품점' 강남에 들여와
가격 저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세계는 첫 매장 입지 선정에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인근 반포자이·반포래미안퍼스티지와 같은 대규모 고급단지의 젊은 '강남 맘'들을 집중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이들 타깃 층은 해외 유학이나 여행 등을 통해 고급 식문화를 많이 접해봤고 소득수준이 높아 수요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첫 매장은 시장 테스트 수준이며 아직 구체적인 매출 목표나 추가 매장 확대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신세계의 딘앤델루카 한국 도입은 스타벅스 사업을 떠오르게 한다는 게 업계 평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미국 유학시절 즐기던 스타벅스를 1999년에 들여와 한국 고급 커피시장에 일대 혁명을 불러 일으켰듯, 10년이 지난 지금 딘앤델루카를 통해 프리미엄 식품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올 초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소득 2만달러 시대엔 식품관 사업이 새 전환기를 맞는다"며 "프리미엄 식품관 사업을 적극 확장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미 타워팰리스 '스타슈퍼'로 프리미엄 식품시장을 개척한 신세계 외에 한화갤러리아도 내년 3월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 친환경 슈퍼마켓 '고메 엠포리움' 1호점을 열기로 하는 등 경쟁이 가열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민들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지만 프리미엄 식품 시장은 별도로 성장해가며 '식품 양극화'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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