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리즘]현대차 정몽구 회장에 아쉬운 점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1.09.20 14:58
글자크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미국 공교육 개혁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2009년에만 3억7300만달러를 교육 부문에 지원했다. 이 중 공교육 개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에 기부한 돈은 7800만달러다. 재단은 앞으로 5~6년간 35억달러(약 4조원)를 교육 부문에 지원하고 이 중 15%를 시민단체에 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5000억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해비치 재단에 출연한다고 발표했다. 개인 기부 규모로는 사상 최대 액수라고 한다. 정 회장은 돈의 쓰임새와 관련, "저소득층 자녀에게 교육기회를 주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도 사재 2000억원 출연을 약속했다. 현대가(家) 기업과 오너 경영인들이 설립하는 5000억원 규모의 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을 통해서다.



거부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기부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 속 깊이 존경과 감사의 박수가 쳐진다. 검찰 수사 때문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며 고깝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지나친 평가절하라고 생각한다. 아무나 수 천억원의 재산을 조건없이 내놓지는 못한다. 동기야 어찌됐든 평소 기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면 선뜻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기부금으로 새로운 삶과 희망을 가질 이들을 떠올리면 더더욱 아름답고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돈의 쓰임과 관련해서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돈을 버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비전이 없는 것 같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기부한 돈이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쓰일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정치인들을 지원했다가 별로 효과가 없다고 보고 시민단체 지원으로 방향을 튼 것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재단에 돈을 내놓는 것으로 끝이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2009년에 행복한학부모재단이라고 생겼다. 우리나라의 많은 교육 문제들은 사실 부모로부터 기인하는 부분이 많다. 오로지 성적에만 관심을 두고 질식할 정도로 학원을 돌리다 보니 아이는 공부에 흥미를 잃는다. 대학에 가서도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모르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행복한학부모재단은 이런 잘못된 학부모 문화를 바꿔보자고 생겼다. 열린마당포럼, 아빠포럼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출연기금 부족,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현재는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재단의 후원 요청에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지원하면 생색도 나고 효과도 금방 볼 수 있는데 학부모교육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월급쟁이 사장들은 대부분 자신의 임기 내에 효과가 나는 기부사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물고기를 주는 데는 관심이 있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와 개혁은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에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행복한학부모재단은 내년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