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도시 원저우, 고리대금 부동산투기 중심 타락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09.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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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월1%(연12%)에 돈을 빌려주세요. 나는 월1.2%(연14.4%)로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주고 차익을 남길 수 있으니까요…’

중국 원저우(溫州)가 타락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도시로 명성을 날렸던 원저우는 이제 고리대금업과 부동산투자가 횡행하고 있다고 경제주간지 중궈징잉빠오(中國經營報) 최근호가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월1%의 고리대금 자금이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 뒤 “부동산 투자와 해외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고리대금으로 운용되고 있는 자금의 70~80%가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천홍(陣鴻) (주)원저우톈하오즈예(天浩置業) 사장)는 설명이다.

‘2010년 원저우시 100대기업’에 속했던 기업 중 부동산 회사 2개와 건축회사 6개를 제외한 40여개 제조회사 중 부동산개발에 손대지 않은 회사가 거의 없을 정도다. 여기에는 캉나이(康奈) 아오캉(奧康) 바오시냐오 같은 유명한 제조업체까지 포함돼 있다.



1419개 상장 제조기업의 지난 상반기 중 현금흐름은 625억위안으로 전년동기보다 35%나 감소했다. 자금이 어려운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사채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기업들 사정이 어렵게 됐다는 사실.

천홍 사장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높은 고리대 금리로 인해 자금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어 부동산을 계속 보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저우시 상공인연합회의 주어쉐송 부동산협회 부비서장도 “주택에 투자한 기업들의 자금 압박이 매우 심하다”고 설명했다.


원저우시에서는 지난 6월부터 기존주택 가격이 ㎡당 2000~3000위안, 하락률로는 5~10%씩 떨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신규주택도 광고를 많이 하고 9%를 할인해도 제대로 분양되지 않고 있다.

자금이 어렵게 된 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금리가 높은 사채(私債)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인민은행 원저우 지점에 따르면 원저우의 사채시장 규모는 1100억위안(18조7000억원)으로 작년(800억위안)보다 37.5%나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78년부터 추진된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이후는 물론, 중국 역사적으로도 ‘원저우 상인’으로 유명한 원저우. 값싼 노동력을 중심으로 한 조립형 제조업 시대가 마무리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변신하지 못한 기업들의 타락한 모습이 중국의 다른 지역 제조업체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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