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저축銀 앞을 못 떠나는 이들은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1.09.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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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막노동으로 번 돈인데…" "우량하다고 해서 후순위채 투자했는데…"

"저는 시장에서, 남편은 막노동을 해서 번 돈 정말 입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적금 넣었는데···."

'영업정지' 저축銀 앞을 못 떠나는 이들은


19일 오전 분당선 신흥역 부근에 위치한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앞. 영업정지로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사람들은 떠나지 못했다. 모자를 눌러쓴 한 아주머니가 하소연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귀를 기울였다. 그는 "그나마 5000만원 이하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 했다.

설명회장은 다른 곳에 있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데도 몰려든 사람들의 수는 이렇듯 줄어들지 않았다.



일부는 이미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 때문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저 모르는 사람들끼리라도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영업정지' 저축銀 앞을 못 떠나는 이들은
저축은행 한 켠에는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모임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누군가 흰 종이에 "후순위채권 가입자는 보호받기 어려우니 힘을 합쳐서 논의 합시다. 누가 누군지 알수 없으니 전화번화와 이름을 다음에 기재합시다"라고 썼다. 이미 다섯명이 이름을 기재했다.

또 "금융위원회 사람들 나와"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년 두차례씩 운영 잘하고 있는 우량저축은행이라고 속여 후순위채에 투자했다"며 가슴을 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영업정지' 저축銀 앞을 못 떠나는 이들은
한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오전에만 두차례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을 찾아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예금이 5000만원 이하라면 크게 걱정할 것 없다며 위로했다.


토마토저축은행의 본점이 시장을 끼고 있는 만큼 고객 중에는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나이가 50~60대 이상으로 고령자들이 많아 그만큼 예금자들의 충격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시장을 끼고 성장해왔다. 제일저축은행은 가락시장을, 토마토저축은행은 성호시장을 비롯한 신흥시장, 활어회시장 등을 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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