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쇼크, 변화된 시장 "발상을 바꿔라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1.09.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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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 애프터' <제1부>자산관리 '판'이 바뀐다]①'마켓 체인지' 적응하는 투자모색해야

편집자주 세계 경제가 과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겪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메커니즘은 변화하고 있고, 여기에 맞게 투자패턴도 바뀔 수 밖에 없다. 위기 이후 변화된 시장환경 즉 '쇼크 애프터(Shock After)'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삶 자체가 흔들릴수 있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로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만큼 전략적인 투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쇼크'가 가져온 투자 지형도의 변화를 진단하고, 위기의 시대 바람직한 투자전략을 모색해본다.


-적립투자, 정기식에서 임의식으로
-투자종목, 분산보다는 관심종목 줄여야
-장기투자, '묻지마 묻어두기'는 낭패





개인들의 자산관리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글로벌 경기와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변동폭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시장은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유럽보다 훨씬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초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대외 변수와 외국인 매매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잠잠하던 원/달러 환율마저 치솟으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상 기후'가 잦아져 '기후변화(Climate change)'로 자리 잡았듯, 시장의 이상 급등락도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이제는 '시장변화(Market Change)'가 상식이 됐다.
변화된 시장에서는 자산관리 방법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로 '100세 시대'에 접어든 만큼 보다 세심하고, 전략적인 자산관리가 필요 때라는 지적이다.

◇널뛰는 주식, 치솟는 환율, 불안한 채권

거래소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코스피 일평균 변동폭은 3.04%(56포인트)로 직전월보다 3배가량 높았다. 하루 변동폭이 4% 이상인 날도 4일이나 됐고, 이중 이틀은 7% 이상 치솟았다. 그야말로 쇼크다.


이달들어 코스피 일평균 변동폭은 2.16%(39포인트)로 전달에 비해 소폭 낮아지는 듯 했지만 추석연휴 이후엔 3.07%(54포이트)로 오히려 더 커졌다.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 유럽 국가들의 CDS(신용부도스왑)프리미업 급등, 프랑스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등 유럽발 악재가 추석연휴 직후 쏟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외국인이 6조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음에도 1060~1080원 사이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였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들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15일에는 정부의 구두개입에도 불구 8.60원 오른 1116.4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시상승과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전환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연말 1200원을 상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입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은 환차익 메리트 감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환율 상승이 추세로 굳어질 경우 주식은 물론 채권시장까지 요동칠 수 있다.

◇변동성 장세 생존법...'발상을 바꿔라'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재테크 시장 곳곳에서는 이미 비명소리가 들린다.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변동성의 함정에 빠져 손실을 보거나 발목이 잡히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예가 자문형 랩어카운트다. 대부분의 자문형랩은 상반기 주도주 차·화·정에 집중 투자했지만 '8월 쇼크'로 주요 편입종목들이 20% 넘게 폭락하면서 10~20%가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이다.
한 증권사 자문형 랩 담당자는 "내수주나 배당주 편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급등락 장세로 종목교체가 원활하게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자금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머니마켓신탁(MMT) 등 단기상품에 몰리는 것도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주식 및 펀드 투자 대기자금인 CMA 총 잔고는 15일 기준 40조7355억원으로 8월말 대비 9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는 지난 7월27일 이후 최고치다.

자산관리전문가들은 '변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공격적보다는 방어적으로,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전문가들도 판단하기 힘든 변동성 장세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매매시점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식투자에서는 검증된 소수 우량종목 위주로 투자전략을 짜고 투자종목을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 장득수 현대인베스트먼트 전무는 "변동성 장세에서는 관심종목을 5개 이하로 줄이고 거래횟수를 줄여야 한다"며 "자칫 장기간 발목을 잡힐 수 있는 만큼 10% 정도의 자신만의 로스컷 규정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묻지마식으로 묻어두는 장기투자가 해답은 아니다. 자칫 미국의 더블딥 등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장기투자도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적립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매달 특정시점에 주식을 사는 방식보다는 저가매수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임의식 투자법으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호 대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필요는 없지만 장기전도 대비해야 한다"며 "적립식 투자도 주가가 단기 급락할 때마다 저가매수를 늘리는 식의 스마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위기가 심화될 경우에는 투자자산에서 현금과 금 등 실물자산 비중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 때처럼 신용경색 국면이 만들어진다면 금융자산은 현금화해 향후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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