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수술'…8개 적출·90% 치료 '계속'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오상헌 기자, 박종진 기자 2011.09.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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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8곳 퇴출…우량 50곳 제외 27개 체력 다지기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끝자락에 다다랐다. 85개 저축은행 중 퇴출 명단에 오른 곳은 8개. 10개중 1개가 부실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 저축은행들이 낸 자구 노력 등을 금융당국이 채점한 결과다.

이대로라면 당초 예상(4~5개)보다 많은 편이다. 규모별로 봐도 대형(자산 2조원 이상) 2개, 중대형(1조원 이상) 3개, 중소형(1조원 미만) 3개 등 골고루다. 금융당국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다만 '퇴출'보다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지길 바라는 눈치다. 90% 이상은 살아남았다는 것. 게다가 이들 저축은행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초 체력을 만들어놨다는 의미도 적잖다.

◇85개→16개→12개 = 금융당국이 일괄 경영진단에 돌입한 지난 7월부터 85개 저축은행의 희비는 시시각각 엇갈렸다. 지난 달 말 구조조정 돌입의 신호탄을 알리는 경영진단 결과가 사전 통보됐다. 85개 중 16개 저축은행이 구조조정이 필요한 적기시정조치(부실 혹은 부실징후)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 중 무려 12곳은 '영업정지' 조치가 가능한 경영개선명령 대상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1% 미만이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상태였다는 얘기다. 이중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저축은행은 5곳에 달했다.

특히 대형사 중 상당수가 BIS비율 마이너스(-) 10% 안팎이었고 부채의 자산 초과액도 2000억~5000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고 보수적으로 경영실태를 진단했지만 이렇게까지 저축은행 업계가 망가져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경영개선명령 대상 저축은행들 태반이 BIS 비율이 마이너스였고 일부는 자구노력을 통해서도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실이 심각했다"고 전했다.

◇12개→8개→?= 퇴출 위기에 몰린 저축은행들은 몸부림을 쳤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대주주 증자 △계열사 매각 △부동산 등 자산 매각 △대주주 각서 등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퇴출 리스트에 올랐던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기사회생했다.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도 최대 8개로 압축됐다.


서울에 본점을 둔 대형 저축은행 A사(부채가 자산을 100억원 초과)는 일찌감치 유상증자를 단행해 살생부에서 제외됐다. 역시 본점이 서울인 대형 저축은행 B사(부채가 자산을 1000억원 초과)는 증자와 계열 저축은행, 사옥 매각 계획 등이 인정돼 퇴출 명단에서 빠졌다.

지방이 본점인 대형 저축은행 C사(BIS비율 -12%, 부채가 자산을 2600억원 초과) 역시 '영업정지'가 기정사실화됐지만 계열 저축은행과 사옥 매각을 확약하며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본사가 지방인 저축은행 1곳도 최근 경영권 매각에 성공해 경영개선명령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대형 저축은행 D사는 자구 계획의 구체성은 인정됐지만 부실 규모가 너무 커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형 저축은행 E사는 대규모 자산 매각 계획을 약속한 가운데 유상증자 규모와 실시 여부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銀 '수술'…8개 적출·90% 치료 '계속'


◇수술 끝낸 당국 "부실 모두 도려냈다"= 금융당국은 경영진단 과정과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썩을 대로 썩은 저축은행 업계에 메스를 들이대 부실의 싹을 도려내는 데 일정 정도 성공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마불사'로 불리던 대형 저축은행들이 퇴출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구조조정의 선례를 만들었다는 자평도 나온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15일 "일관된 기준을 적용했고 원칙대로 했으니 기대해도 좋다. 두고 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저축은행은 가감없이 퇴출시키되 정상화 의지와 능력이 있는 곳은 확실히 살리겠다는 원칙과 기준으로 경영진단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남은 저축은행들도 증자나 자산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이 개선됐으므로 착실히 영업하면 내년부터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량'으로 분류된 50개 저축은행보다 한 단계 밑에 있는 저축은행의 체력을 더 다져야 한다. BIS 비율 5~8%에 속한 19곳과 퇴출을 모면한 저축은행들이 대상이다. 자체 증자 등으로 내실을 다지는 게 최우선이다. 금융당국의 후속조치도 준비돼 있다. 자본확충을 위한 금융안정기금을 동원해 해당 저축은행이 원하면 후순위채를 매입해주거나 상환우선주를 사주는 방식이다. 당국의 도움을 받으면 그만큼의 경영 간섭도 감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한 차례 더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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