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자금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유럽발 위기가 장기전에 돌입한 만큼 안심할 수 없다. 더구나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이 유럽에서 차입한 외화는 421억 달러로 전체 외화 차입금(1168억 달러)의 36%를 차지한다. 아시아(35%)나 북미(28%)보다 차입 비중이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는 유럽 은행들의 차입금 이탈이 거의 없었다"며 "다만 이번 주는 상황이 더 나빠진 만큼 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 은행들이 유럽계와는 유로화 라인을 주로 이용한다"며 "유럽 은행들이 달러가 부족하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 요구하는 외화유동성 수준은 위기가 닥쳤을 때 최소 3개월을 지탱할 수 있는 수준. 지난달 말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 많은 은행이 이 기준에 미달했으며, 당국은 최대한 내년 초까지 이 기준을 맞출 것을 주문한 상태다.
당국 관계자는 "은행별 외화현금 상황을 매일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외화조달에서 아직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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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유럽 은행들이 자금 경색에 시달리다가 국내 은행들에게서 자금을 빼내려하는 경우다. 3개월 정도 버티는 것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일단 전체 외화차입금 중 유럽계 자금이 영향을 받게 되는데, 만일 다른 해외 은행들에게로 불안감이 전이되면서 동반 자금이탈이 일어난다면 일파만파로 사태가 확산될 수 있어서다.
은행들은 추가 외화자금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당국도 '현찰 확보'를 일순위로 보고, 금리를 불문하고 필요한 자금은 미리미리 조달해두라는 방침이다. 다만 최근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 사정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경색되면서 지금은 차입선 다변화도 어려워졌다"며 "유럽을 빼면 아시아 또는 미국인데, 미국은 현재 유럽 디폴트를 우려해 돈을 풀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 라인으로 신규 차입은 가능하겠지만 장기 신규는 어렵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에 대해 최대한 장기로 롤오버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