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점심에 크게 한턱 쏜 매니저, 후계자 행운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2011.09.1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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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버핏, 주식투자 책임질 후계자로 무명의 펀드매니저 깜짝선발

↑ 2009년 보스턴 마라톤때 잡힌 테드 웨실러(가운데) 모습.↑ 2009년 보스턴 마라톤때 잡힌 테드 웨실러(가운데) 모습.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게 한번에 263만달러를 주고 두 번 점심한 헤지펀드매니저가 버핏의 후계자로 선발되는 행운을 안았다.

12일(현지시간) 워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거대 투자포트폴리오를 굴릴 투자책임자로 테드 웨실러 펀드매니저를 선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도트 콤즈(40) 에 이어 또한번 미국 운용업계가 잘 모르는 무명의 펀드매니저를 깜짝 선발한 것이다. 버핏이 은퇴하면 웨실러는 지난해 영입된 콤즈와 함께 524억달러에 이르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투자포트폴리오의 운용을 총괄하게 된다.



올해 50세의 그는 버지니아 샬롯데빌에서 자신이 설립한 헤지펀드 페닌슐라 캐피털 어드바이저스를 운영해 오며 활발한 자선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페닌슐라 캐피털의 운용규모는 4억달러다.

포춘지 캐롤 루미스 선임 편집자에 따르면 웨실러는 지난 2009년, 2010년 연이어 연례 자선행사인 '버핏과의 점심'에 수백만 달러를 협찬하면서 버핏과 인연을 맺었다. 버핏은 자신과의 점심을 경매에 부쳐 응찰된 금액을 시애틀 소재 글라이드 재단에 보내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하는 사업에 쓰고 있다. 웨실러는 한번에 263만달러씩 530만달러를 기부했다.
버핏점심에 크게 한턱 쏜 매니저, 후계자 행운


그러나 그는 버핏과의 점심에 응찰한 다른 사람과 달리 익명을 고집했다. 참가자 명단에서 이름을 지웠다. 점심장소도 행사가 통상 열린 뉴욕 '스미스 & 월렌스키' 스테이크 하우스가 아닌 오마하 버핏 단골 스테이크집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버핏은 "오마하로 이사하는게 어떠냐"는 영입제안을 했고 최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미스는 "만나자 마자 두사람은 친해졌고 올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외빈으로 초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페닌슐라 캐피털은 웨실러가 1999년 버니지아 샬롯데빌에 설립한 회사로 운용규모는 4억달러 정도다. 주로 디렉트TV 등 미디어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버핏이 잠깐 다녔던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샬롯데빌에서도 부인과 함께 각종 자선, 기부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는 적지만 좋은 수익률을 내왔다는 점, 익명을 고집하면서 자선행사에 적극적인 점 등이 버핏의 마음을 끌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루미스는 "왜 그가 버핏의 제안을 수용했는지 직접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버핏이 오랫동안 극찬할 정도로 공을 들여 온 것이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포춘지에 버핏은 "돈 때문에 테드가 오마하로 올 위인은 아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81세의 버핏은 버크셔 해서해이 회장, 최고경영자(CEO), 최고투자책임자(CIO) 3가지 역할을 겸임하고 있다. 은퇴후 후계구도를 마련하라는 주주요구에 대응해 조금씩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그림은 안개속이다. 주식 투자포트폴리오 쪽은 3명에게 역할을 분담시켜 맡길 것이란 게 유력한 관측이다. 그러나 자회사 경영을 책임질 CEO쪽은 베일에 가려있다. 올해 유력한 후계자중 한명으로 거론돼 왔던 데이비드 소콜이 주식내부거래 의혹으로 물러난뒤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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