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日 기업에 '일감' 몰아주라는 얘기냐?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1.09.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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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높은 국내 기업 매출 비중 높아..일감몰아주기 과세 선의의 피해 우려

정부가 특수관계법인간 거래에서 30% 이상의 물량을 공급해 발생한 이익을 증여로 간주해 해당 기업의 대주주에게 증여세를 물릴 방침을 정한 가운데, 실력이 좋아 많은 물량을 수주하는 기업들에게도 과세를 하는 왜곡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특수관계법인간 거래비율이 30%를 넘을 경우 일감을 받은 수혜기업의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 개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럴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모회사로부터 나오는 발주를 거부해야 하는 문제까지 우려된다.



일례로 국내 소재 업체인 A사의 경우 지난해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이 회사는 글로벌 기업인 B사가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A사의 매출 가운데 B사가 발주한 물량이 60%에 달한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B사의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은 과세대상이다.

국내에서는 A사와 같은 소재를 생산하는 곳이 없어 B사가 구매할 수 있는 구매선은 제한적이다. 결국 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B사가 A사의 경쟁사인 일본의 대표적인 소재기업 C사와 D사로부터 물량을 들여와 A사 비중을 줄여야한다.



B사는 계열사인 A사 뿐만 아니라 구매선 다변화를 위해 C사와 D사로부터 일부 물량은 받고 있지만, 품질면이나 가격경쟁력에서 월등한 계열사 A사의 물량을 많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매기업 B사와 전자부품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경쟁기업 E사도 A사의 소재의 품질 및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경쟁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A사의 소재를 장기적으로 사용해오고 있다. 과거 60%에 달하던 물량 의존도가 최근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E사가 사용하는 물량 중 40%는 경쟁사인 B의 계열사인 A사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A사 지분 8%를 보유한 주요 주주 F씨는 B사 대주주의 처남으로 특수 관계인에 포함돼 있다. 개정 세제안에 따르면 F씨는 260억원 내외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따라서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A사가 B사에 팔던 물건을 줄여 B사 물량의 매출 비중을 30% 밑으로 떨어트리든지, F씨가 보유지분을 3% 밑으로 낮춰야 한다.


이는 입법취지인 대기업 오너들이 부의 대물림을 위해 비상장사를 두고, 비상장사에 물량을 몰아줘 이익을 넘겨주는 것과는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우려가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경쟁력 높은 기업이 모회사에 우수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일감몰아주기라고 해서 과세를 한다면 구매선을 일본으로 바꿔 비싸고, 품질이 좋지 않은 일본 기업 물건을 사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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