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제거 칼 모습. 내시경 앞머리에 달려있는 미세한 칼이 암덩어리가 자라는 위 점막을 360도 회전하며 도려낸다.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ESD의 보험 적용 기준을 `2㎝ 이하 위암'으로 한정하고 시술비를 5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자 전국 대부분 병원이 ESD를 지난 1일부터 일제히 중단했다. ESD는 기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과 달리 내시경과 칼만을 사용해 암부위를 360도로 절개해 도려내는 시술법이다.
이번 사태의 쟁점이 된 시술에 들어가는 핵심재료인 수술칼을 공급하는 올림푸스는 당장 있을 보건당국과의 추가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올림푸스는 1919년에 설립된 일본 광학전문기업으로 2000년에 올림푸스한국을 설립해 국내에선 카메라업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의료시장에도 진출, 의료내시경을 필두로 다양한 의학기기를 개발·보급해왔다. 이번에 논란이 된 ESD에 쓰이는 칼은 국내에서만 한해 6000개가량(개당 40만원 기준 약 24억원) 판매되며 전체 시장의 75%가량을 점유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7월 초 가격산정을 위해 원가제출을 요구하자 올림푸스는 40만원가량을 요구했다"며 "올림푸스가 관세청에 신고한 수입원가는 13만원이었기 때문에 40만원으로 산정한 근거를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판매 2위 제품의 원가 약 5만원의 1.78배인 9만4950원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술 집단거부 사태로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복지부는 조정신청을 통해 올림푸스의 수술칼 가격을 수입원가 13만원보다 10만원가량 많은 24만원까지 올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림푸스도 `그 정도'라면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민원사태에 아쉬운 쪽은 복지부였고 가격은 며칠 만에 2배 넘게 올랐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결국 올림푸스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가격협상에서 성공한 것"이라며 "희귀의약품 등 특허권이나 독점시장을 형성한 업체들이 공급중단을 무기로 협상에서 우위에 서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환자들은 휘둘릴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칼자루를 쥔 일본 수술 칼 공급업체 앞에서 한국 국민도, 정부도, 의사들도 단칼에 쓰러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