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앙 피하려면 경기하락부터 차단을" - FT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9.0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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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재정위기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경제하락세를 차단하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며, 유로존의 위기가 재앙(catastrophe)으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볼프강 민차우 칼럼리스트는 5일 `최악의 유로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The worst of the euro crisis is yet to come)`란 제목의 칼럼에서 "유로존의 가장 불안한 측면은 모든 위기 해법이 경기회복에 의존하고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럽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기하락세를 차단하고, 경기의 방향을 돌려놓는데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주 유럽 은행의 자본확충 규모를 둘러싸고 국제통화기금(IMF)와 유로존 정부 간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지만, 경제가 리세션에 빠져들면 유럽 은행의 자본재확충 규모는 지금 IMF가 추산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유럽 은행들이 긴급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아 논란에 불을 당겼다. 물론 유럽 각국은 유럽 은행 건전성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며, 라가르드의 발언이 크게 반발했다.



민차우는 은행의 자본확충 문제처럼 경기하락세를 차단하지 못하면, 유로존의 모든 위기 해결책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유로존의 위기가 재앙(catastrophe)으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유로존의 경기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리스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빠져있는데다, 이탈리아에서는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이 리세션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또 민간 섹터에 대한 은행 대출이 2개월째 감소했고, 8월 제조업 활동도 위축세를 보이는 등 유로존이 이미 리세션에 빠진 듯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민차우는 하지만 유럽의 경제 정책은 경기하락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며, 정책 메이커들은 문제 해결을 서두르지도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 봄부터 긴축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고, 유로존 국가들이 앞 다퉈 긴축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재정정책이 위축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따라서 ECB가 경기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현재 1.5%인 기준금리를 1% 또는 그 이하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완화되고 있기 때문에, ECB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명분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보다 장기적인 금리정책 측면에서 현재 시행중인 채권매입프로그램(SMP)을 `거시경제 안정 프로그램`으로 확충할 것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금의 대폭적인 증액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은 유동성 함정을 막아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차우는 유로존이 재정정책을 포기하고 재정을 중립적인 스탠스로 돌리면 경기에 즉각적인 효과를 주겠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관건은 유로존의 재정정책 기조이이지만, 유로존 각국이 불협화음속에 경기하락세가 실존적인 위협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유로존이 재정적으로 통합을 하지 않는 한, 서로 협조하는 것밖에 대안이 없으며, 남부 유럽의 긴축을 상쇄하기 위해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 등이 재량적 재정정책(discretionary fiscal stimulus)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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