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의 눈물과 강만수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1.09.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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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한 메인 스폰서 없던 박세리, 후원자 만나다…강만수 "박세리와 산은, 똑같다"

박세리가 5일 울었다. 공개적인 기자간담회에서 끝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나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는 그녀가 울음을 터트린 건 극히 이례적이다.

박세리 선수는 이날 오후 새로운 메인스폰서와 후원 조인식을 가졌다. 산은금융그룹이 후원자로 나섰다. 산은은 경제발전의 개척자 역할을 수행해온 그룹 이미지를 스포츠마케팅과 연결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첫 단계 중 하나로 박세리를 후원하기로 했다.



박세리는 후원식에 참석해 "내가 아직도 이런 뜻 깊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말을 흐렸다. 이어 "이제는 외로움을 벗고 다시 한 번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울었다.

박세리의 눈물 뒤에는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이 있다. 강 회장은 박세리의 팬이다. 그는 그동안 틈만 나면 '한국에 희망을 준 선수'로 박세리를 언급했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자신감을 줬던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이다. 강 회장은 최근 이런 박세리가 이렇다 할 후원자가 없는데 대해 마음 아파했다.



↑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5일 골프선수 박세리(사진 왼쪽), 주니어 테니스선수 이덕희(사진 오른쪽)와 함께 후원 조인식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5일 골프선수 박세리(사진 왼쪽), 주니어 테니스선수 이덕희(사진 오른쪽)와 함께 후원 조인식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후원식 직전 강 회장은 박세리와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박세리에 대한 강 회장의 격려는 특별했다. "박세리 선수와 우리 산은은 모든 면에서 똑같습니다. 국가가 어려울 때 나서서 희망을 주고 극복해낸 점, 세계무대에 가장 먼저 나간 점, 그래서 큰 경기나 어려운 금융을 먼저 성공적으로 마친 점이 그렇습니다"

강 회장은 또 "그 힘든 일들을 대부분 혼자 해낸 것도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산은이 국가경제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점이나 우리나라 여자선수들이 23년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올린 99승 중 박세리 혼자서 25승을 해낸 점을 예로 들었다. 강 회장은 그러면서 "그렇지만 아무도 안 알아주는 것도 같지 않느냐"고 박세리를 위로했다.

이처럼 산은금융그룹이 후원을 맡으면서 박세리는 4년여 만에 제대로 된 메인스폰서를 갖게 됐다. 물론 국책은행의 특성상 후원금액이 많지는 않다. 계약조건은 비공개지만 신지애 선수 등 잘 나가는 후배들보다 금액조건은 상당부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세리가 받은 메시지는 크다. 산은 관계자는 "계약기간은 3년이지만 박세리 선수가 운동하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후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세리는 이날 "좋은 조건과 좋은 환경에서 계약을 많이 해왔지만 그동안은 항상 스스로 '개인'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제는 계약조건을 떠나서 대한민국의 딸로서 우리나라가 제게 든든하게 후원해준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그랜드 슬램을 이루도록 노력 하겠다"고까지 다짐했다.

이번 조인식은 산은에게도 의미가 깊다. 스포츠를 매개로 조직 결속력과 그룹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강만수식 경영에 시발점이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나가는 스포츠 정신으로 산은의 도약을 이끌겠다는 의지다.

윤만호 산은금융그룹 부사장은 "도전과 개척자 정신으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해온 산업은행의 저력으로 아시아의 선도적 은행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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