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美고용쇼크·유럽 부채 위기로 고전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1.09.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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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선진국의 이중악재가 다시 부각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충격적인 고용지표로 경기후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고 유럽은 부채위기의 근원지인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둘러싸고 잡음이 새나오면서 위기 해결이 요원하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에 따르면 8월에는 비농업 부문에서 취업자수가 하나도 늘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비농업 부문 전체에서 6만8000명, 민간 부문에서 9만5000명의 취업자수가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8월에 민간 부문에서 취업자수가 1만7000명 늘긴 했지만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적자로 공무원을 줄이면서 공공 부문 취업자수 감소가 이를 상쇄했다. 민간 부문의 취업자수 증가세 자체도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였다. 8월 실업률은 경기 악화로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9.1%로 전달과 같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힘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 운용사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8월 고용지표 결과는 끔찍하고 공포스럽다"며 "워싱턴에 대한 경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업자수가 오히려 줄어들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차 양적완화를 결심할 지난해 이맘 때보다는 낫지만 또 한번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높아졌다. 우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일 오후에 발표할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책에 관심이 쏠린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달 고용지표가 발표된 후 짧은 성명을 발표하거나 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혀왔지만 이번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국 언론들은 오는 8일로 예정된 일자리 창출 방안 발표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고용주에 대한 세제혜택, 근로자 소득세 감면, 인프라 건설에 추가 재정 투입 등의 대책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시장금리를 끌어내리는 완화정책이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높아졌다. 잰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동향이 충격적으로 나온데 따라 FRB가 보유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는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은 또 다시 그리스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이다. 그리스 정부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가 올해도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한 원인을 둘러싸고 극심한 이견을 노출했다.

그리스 정부와 EU/IMF/ECB 실사단은 지난 1일 그리스의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6%로 당초 목표로 했던 7.6%에 크게 미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EU/IMF/ECB는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반면 그리스는 올해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했던 마이너스 3.9%보다 더 나쁜 마이너스 4.5~5.3%로 예상되고 있어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우며 긴축이 성장률 악화의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의견 대립으로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논의도 전격 중단됐다. 논의는 오는 10일 전에 다시 재개될 전망이지만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경기침체는 더욱 심화되고 있어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탈리아도 이미 의회를 통화한 재정적자 감축안이 삐걱대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지난 3일 이탈리아 체르노비아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참석, "이탈리아는 국가부채를 줄이고 금융시장에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정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리셰의 이날 발언은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재정적자 감축안에서 부자 증세와 지방정부 예산 감축 조치를 제외하는 등 수정을 가하는데 대한 일종의 경고로 해석된다.

닉 넬슨 UBS증권 투자전략가는 "내년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지 여러 가지 요인들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에는 투자자들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여러 가지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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