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구조조정 "열어보니 생각보다 더 심각"

머니투데이 박재범·반준환·오상헌·박종진 기자 2011.09.05 04:28
글자크기

85개 저축銀 중 20% 부실…무더기 영업정지 위기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구조조정 대상이 확정되면서다. 85개 저축은행 중 16개가 리스트에 올랐다. 이중 3/4이 영업정지 후보들이다. 대형 저축은행도 다수 포함됐다. 한마디로 '부실'한 곳들이다. '자구 계획'이란 마지막 카드가 있지만 '부실' 판정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여전히 방점은 '퇴출'보다 '정상화'에 찍힌다. 금융당국이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정상' 저축은행이 차별화되는 성과도 적잖다. 옥석이 가려지고 연착륙에 성공하면 저축은행이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까보니 "더 심각", 대형사 다수 포함 16곳 부실판정= 금융당국의 경영진단 결과 드러난 저축은행의 부실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85개 저축은행 중 적기시정조치 대상(BIS비율 5% 미만, 부채가 자산을 초과)이 16개다. 전체 저축은행의 20%에 육박하는 숫자다. 당초엔 17개였는데 막판 증자에 성공한 1곳이 빠지면서 줄었다.

이 중 12곳이 경영개선명령(영업정지) 대상이다. 업계의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BIS비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도 태반이다. 심지어 -40%, -50% 수준인 곳도 있다.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저축은행들도 다수 포함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사의 성적표가 워낙 좋지 않아 당국도 놀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오는 13일까지 경영개선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심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곧바로 영업 정지다. 그러나 실제 문을 닫는 저축은행 숫자는 이보다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증자나 계열사 매각 등 자구노력이 인정되면 기사회생하는 저축은행이 나올 수 있다. 이미 증자,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는 곳이 여럿이다.

이밖에 3개 저축은행은 경영개선요구(BIS비율 1~3%)를, 1곳은 경영개선권고(BIS비율 3~5%)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6개월~1년 가량 정상화 기여를 부여받게 된다.
저축銀 구조조정 "열어보니 생각보다 더 심각"


◇50개는 우량, 19개는 정상 = 금융당국은 경영이 부실한 16개를 빼면 69개 저축은행은 당장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중 50개는 경영진단이 시작된 후 일찌감치 우량 판정을 받았다. 대부분 BIS 비율 8% 이상이다. 외형을 키우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먹고 살면 문제가 없는 곳들이다.

19곳은 정상 저축은행에 해당하는 BIS 비율 5~8%다. 정상이긴 한데 일시적 유동성 위기나 부실에 빠질 가능성도 있는 곳들이다. 부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곳도 몇 개 된다. 자칫하면 어느 때라도 영업정지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안정기금'을 통해 '자본확충'을 지원할 방침이다. BIS 비율 10% 이상이 목표다. 지원 방식은 상환 우선주 형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해당 저축은행이 요청해야 가능한 구조다. 부실 저축은행처럼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 특히 금융당국의 지원을 받을 경우 당국의 '간섭'이 불가피한 만큼 저축은행이 스스로 투항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금융당국은 상시 구조조정 체제 돌입의 일환으로 이들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당국 "원칙대로 했다"vs업계 "너무 엄격, 획일적 잣대" = 이처럼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 규모가 커진 건 금융당국이 그 어느 때보다 깐깐하게 경영 상태를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초 금융감독원(182명), 예금보험공사(60명), 회계법인(96명) 인력 338명을 투입해 20개 공동검사반을 꾸렸다. 이들이 3~6주간 85개 저축은행을 샅샅이 훑었다. 대출자산 건전성 분류와 BIS비율이 집중 점검 대상이었다.

잣대는 어느 때보다 엄격했다. 상반기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반면교사'가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칙'을 공동검사의 제1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시중은행 스트레스테스트에 준하는 경영진단"이란 말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건전성 분류 기준 등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저축은행간 갈등도 빚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업무용 부동산 가치산정 방식이나 충당금 적립 기준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