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익된다던 오피스텔, 무작정 투자하면 '쪽박'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1.09.0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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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3.3㎡당 3000만원 고분양가 기대수익률 '뚝'…금융비용·각종 수수료 감안해야

# 올 연말 퇴직을 앞두고 있는 김상열씨(가명·56)는 월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오피스텔을 장만하기로 하고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한양비발디 스튜디오 193'의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분양업체 관계자로부터 27㎡(이하 전용) 오피스텔을 대출 1억원을 끼고 보유자금 1억5000만원 투자해 분양받으면 2년후 입주시점부터 월 120만원의 월세 수입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시세를 알아보니 비슷한 규모의 오피스텔 월 임대료가 80만~100만원 수준이란 점을 알았고 대출 이자와 임대시 중개수수료 등을 따져보니 기대보다 수익률이 낮아 결국 청약을 포기했다.

정부의 8·18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에 따라 신규분양 오피스텔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어 투자에 앞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피스텔 투자 대박수익률의 '함정'=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씨가 분양받으려던 서초구 서초동 '강남 한라비발디 스튜디오 193'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로 꾸며진 단지로, 일반분양에서 평균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8·18대책에서 신규 오피스텔에 대한 지원을 강화키로 한데다, 높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한 몫 했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입지여건을 감안할 때 월 120만원의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산술적으로 연 5.76%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익률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라비발디 스튜디오 193'과 인접해 있는 양재동 25㎡ 내외 오피스텔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90만원 수준이다. 서초동의 경우에도 월 임대료는 100만원 정도다.

큰 수익된다던 오피스텔, 무작정 투자하면 '쪽박'


때문에 분양사업자들이 월 임대료 수익을 지나치게 부풀리고 있다는 게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양재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축 오피스텔이라고 하지만 월 임대료 수준이 너무 높다"며 "통상 월세는 신축 여부와 상관없이 인근 시세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월 100만원에 세를 놓을 경우 연 5%대의 대출이자를 내고 나면 매월 60만원 정도만 수입으로 잡힌다. 여기에 임대계약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와 감가상각까지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매월 10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수요층이 상당히 얇을 뿐더러, 경쟁 관계에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공급이 더욱 늘어나는 만큼 임대료 수준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분양업계 관계자는 "당장 임대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지만 향후 투자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기존 오피스텔 매입해 임대해도 수익률 '글쎄'=신규분양을 받는 대신 기존 오피스텔을 매입해 임대에 나서는 것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전국 기준으로 지난해 1월 6.42%에서 올 7월 6.12%로 0.3%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인천·경기는 같은 기간 6.56%에서 6.18%로 0.38%포인트 하락했고 서울도 5.95%에서 5.63%로 0.32%포인트 낮아졌다.

이처럼 수익률이 나빠진 것은 오피스텔의 매매가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동안 오피스텔 3.3㎡당 전국 평균 매매가격은 전국 777만원에서 815만원으로 4.9% 올랐다. 특히 서울의 경우 920만원에서 981만원으로 6.6%나 급등했고 인천·경기는 686만원에서 715만원으로 4.2% 상승했다.

큰 수익된다던 오피스텔, 무작정 투자하면 '쪽박'
대부분 오피스텔 임대사업자들이 대출을 받아 매입에 나선다는 점에서 실질 임대수익률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월 2.25%에 불과했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년6개월 사이 네 차례 올라 이날 현재 3.25%를 나타내고 있다. 즉 1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이자비용으로 적어도 연간 100만원을 더 지출하게 됐다는 얘기다.



8.18 대책에 따른 오피스텔 세제 혜택은 기존 보유분이 아닌 신규 분양분에 한해 적용된다는 점도 수익률을 따질 때 감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부 정책에 따라 오피스텔 공급이 더욱 늘어나면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 월 임대료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분양업체들이 제시한 수익률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간 공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으로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최근 일부 오피스텔의 경우 분양가가 전용면적 기준으로 3.3㎡당 4000만원대까지 뛰었다"며 "분양가격이나 매매가격이 높아질수록 임대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투자시 인근 오피스텔 임대 시세 등을 잘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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