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고쳐줘, 카펫 깔아줘…다국적社 리베이트 백태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1.09.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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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다국적 제약사 등 530억원대 리베이트 적발… 과징금 110억원

일부 다국적제약사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혔다.

그동안 다국적제약사는 국내 제약사와 달리 깨끗하게 영업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국내 제약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4일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 다국적제약사들은 현금을 직접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강연료·자문료 지급, 시판 후 조사 등 합법을 가장해 교묘하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 다국적제약사 A사는 한 병원 의사에게 100만원 상당의 액세서리를 구입해 선물로 건네줬다. 또 다른 병원 의사에게는 자동차 수리비 100만원을 대신 내줬다. 이 제약사는 다른 의사의 집에 230만원 상당의 카펫을 깔아줬다. 이 같은 호의의 목적은 당연히 의약품의 처방을 늘리는 것이었다.

#2. 다국적사 B사는 특정 병원 의사를 대상으로 해외 학술대회를 열고 이에 드는 경비를 모두 지급했다. 경비에는 이 의사들의 골프비 등 유흥비, 선물로 제공한 면세점 양주까지 포함됐다.



#3. 다국적사들도 식사접대와 회식비 지원 등 고전적(?)인 리베이트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다국적사 C사는 부부동반 이벤트 명목으로 한 리조트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1000만원이 들었고 그 대가로 2억원의 의약품을 처방받았다. 이 회사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병원 행정직원 등에게 식사를 접대하기도 했다.

또 다른 다국적제약사는 한 리조트에서 6일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말이 심포지엄이지 동영상을 1시간 보는 게 끝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스파, 버블쇼 등 향응으로 의료전문가 가족을 접대하는데 썼다.


#4. 강연료와 자문료를 과도하게 지급하는 방식으로도 리베이트 제공이 이뤄졌다. 다국적사 D사는 의사들의 영향력을 분석해 6개 그룹으로 분류·관리했다. 그러면서 관련 주제에 전문성 있는 의사가 아닌 자사 의약품 판촉에 영향력 있는 의사들을 강사로 위촉해 강연료 지급했다.

동일한 의사에게 수차례 강연기회를 제공하고 강연료로 수백만원을 지급하기도 했고, 처방을 늘리기 위한 판촉목적으로 형식적인 자문을 제공받고 자문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특히 자문장소로 부적절한 호텔식당 등에서 형식적인 자문회의를 개최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5. 시판 후 조사(PMS) 명목의 지원도 적발됐다.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시판 후 4~6년이 경과해 약사법상 시행 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PMS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한 것이다. 특히 PMS는 전담 의학부서가 해야 하는데 이를 마케팅부서에서 시행했다. 다국적사 E사는 2007년도에 PMS 명목으로 대전소재 병원에 9600여례의 조사 사례비로 1억여원을 지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이날 한국얀센, 한국노바티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바이엘코리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와 CJ제일제당 (364,000원 ▼6,000 -1.62%) 등 총 6개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2006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이뤄진 리베이트를 대상으로 했다. 정부가 리베이트에 대한 본격적은 제제를 가하기 전이다.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리베이트 관행을 바꾸겠다고 나선 2009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기존의 리베이트를 하지 않는 쪽으로 영업정책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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