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기관 발길 막는 걸림돌 어떤 것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구경민 기자 2011.09.0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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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개조 프로젝트 'WHY&HOW' ⑦ 수급 불균형]

연기금과 기관들의 자금을 국내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여러 가지 걸림돌들을 제거해주는게 필요하다.

◇10%룰, 1인 단독펀드 규제 등 검토필요

국민연금이 개별종목 지분을 10%이상 보유할 경우 이를 5일 이내에 보고해야 되는 10%룰의 경우, 별 제약이 아닌 것 같지만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룰은 국민 연금의 기금 규모가 크지 않을 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수가 157개에 이른다. 향후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 규모가 더욱 커지게 된다면 공시 의무가 과중하게 신속한 운영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 종목에 대해 10% 이상을 사고 싶어도 10%룰 제도가 의식돼 투자 비중을 마음대로 늘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식 포트폴리오를 노출시킬 경우 개인들의 추종매매 현상으로 인한 시장 왜곡이 나타날수 있다는 점도 국민연금이 느끼는 부담이다.
금융위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10%룰 면제로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면 제도 완화를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운용규정에는 ETF 투자를 단기투자 대상으로 명시, ETF에 투자할 수 없게 돼 있다.

윤주영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ETF 운용본부장은 "미국 하버드대학 기금은 이머징 ETF에 투자하고 있고, 중국투자공사(CIC)는 원유나 금으로까지 다양한 ETF투자 방법을 활용하면서 기금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이른바 '1인 단독펀드'를 폐지한 것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인 단독펀드'로 연기금 등의 자금이탈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등 자금력이 큰 기관들이 회계처리의 편리성과 맞춤형 서비스로 사모단독펀드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관들이 사모펀드에서 뭉칫돈을 빼내 투자일임 상품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펀드가 한 종목을 10% 이상 보유하면 안 되는 '10%룰'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10%룰 완화 여부를 검토했지만 공모펀드의 투자 위험을 키우고 지배구조 관련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현행대로 유지되고 있다.

◇ 퇴직연금 주식투자비율 늘려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의 운용 제한을 완화하는 것도 기관들의 장기 투자자금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36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25.5% 급증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올해 말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퇴직 전 임금으로 퇴직금이 정해지는 확정급여형(DB형)의 경우, 적립금의 최고 70%를 주식에 직간접 투자할 수 있지만 운용성과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형)은 40% 이내에서만 주식에 간접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의 특성상 투자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미국, 영국, 일본 등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지 오래된 나라들은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에 대한 제한이 없다.

한 퇴직연금 연구원은 이에 대해 "제도 도입이 늦은 나라, 자본시장이 덜 발달한 국가일수록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하다"며 "경험 부족에서 온 두려움이 규제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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