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퇴짜' 맞고 의회 연설 하루 미뤄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9.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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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제대책 발표를 위해 오는 7일 상·하원 합동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공화당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연설은 8일 저녁으로 미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오전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과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이 '전례 없는'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며, 자신의 의회 연설을 위한 합동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인 베이너 하원 의장은 7일 저녁에 합동회의 소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요구가 의회로부터 퇴짜를 맞은 '전례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베이너 의장은 대신 다음 날인 8일은 의회에 특별한 일정이 없고, 대통령의 연설로부터 주의를 뺐을 만한 일도 없다며 연설을 하루 늦추자고 '역 제안'했다.



하지만 8일엔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개막전이 예정돼 있다. 대통령 연설보다는 NFL 시청률이 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연설 날짜'를 둘러싼 논쟁에 부담을 느낀 듯, 고심 끝에 베이너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미 의회 역사가인 도널드 A 리치는 백악관이 상원과 하원 지도자들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없이, 합동회의 날짜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건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합동회의를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공식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미 정치권에서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이다.

익명의 백악관 관리는 행정부가 베이너 하원의장 측과 협의를 거쳤으며, 아무런 반대 의견이 제시되지 않아 7일 합동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이너 하원 의장 측의 브렌단 벅 대변인은 대통령 연설 시간과 관련해 합의된 것이 없었다며 백악관이 사전에 시간을 조율하는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합동회의 소집을 요청한 7일은 마침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가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에서 예정된 상태다. 베이너 하원 의장은 말을 아꼈지만 공화당 쪽은 백악관의 의도가 불순하다며 발끈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 후보 토론 시간에 오바마가 연설을 하겠다는 건 오마바 행정부가 언제나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확실한 증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 과정에서 백악관이 공화당 토론회에 끼어들 의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냥 '우연의 일치'였을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대통령 연설 시간을 둘러싼 공개적인 논쟁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이는 미국 여야 정치권의 싸움 무대가 경제 문제에서 내년 대선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0년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오바마의 경제 운용능력을 집중적으로 문제를 삼아왔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이 1년 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공화당 대선 후보자를 중심으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공세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웬디 실러 브라운대 정치학 교수는 오바마 연설이 7일 잡혔다면 오바마가 득을 봤을 것이라고 말한다.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와 날짜가 겹친 데다, 주중 한가한 날을 잡기도 어렵다는 현실에서다.

의회 역사가인 도널드 리치는 다음 주는 의원들이 한 달간의 여름휴가에서 돌아오고, 월요일(5일)이 마침 노동절 휴일이라며, 다음 주의 빠듯한 일정도 이번 사태가 발생한 정치외적 요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고려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고용확대 고용주에 대한 세제지원, 근로자 소득세 감면 조치, 인프라 건설에 대한 추가 지출, 실업보험 개정을 통한 직업 재훈련 보조금 지급 등을 제시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근로 소득세 감면과 장기 실업수당 지급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두 지원책은 지난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 후 올 12월 종료될 예정이다.

또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프라 재투자은행의 설립도 주장해 왔다. 인프라 재투자은행은 정부가 종자돈을 대고, 이를 레버리지로 민간 자금을 끌어들여 인프라 공사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유무역협정과 특허법 개혁이 일자리에 도움을 준다며, 의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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