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은행 합병…회생 첫걸음 내딛여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8.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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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그리스의 두 대형은행 합병이 성사되며 그리스 증시가 1990년 후 20년래 가장 큰 14%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날 그리스 2위 은행 EFG 유로뱅크와 3위 알파뱅크가 합병소식을 발표하며 합병 당사자인 이들 은행은 1일 상한 제한선인 30% 급등했다.



'잠재적 합병대상' 은행으로 고려되는 그리스 최대은행 그리스국립은행와 피레우스 은행도 각각 29% 급등했다.

두 은행은 이날 유로뱅크 주주들이 7주당 알파은행 5주를 받는 조건으로 합병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알파은행이 합병은행 지분의 57.5%를, 유로뱅크가 42.5%를 각각 보유하게 된다. 회장은 현 알파은행 회장인 야니스 소크토포울로스가 맡으며 두 은행의 현 최고경영자(CEO)들이 공동 CEO를 역임한다.



두 은행이 합병하면 총자산 1460억 유로의 그리스 최대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유로존에서는 25위 규모다.

이날 두 은행의 합병은 그리스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지급 받은 2010년 5월 이후 진퇴양난에 빠져있던 그리스 은행들이 드디어 회생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은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스 중앙은행도 이날 합병이 "그리스 은행계 구조조정을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환영을 표했다.

그리스 은행들은 지금까지 합병으로 비용을 감축하기 원했으나 합병을 하게 되면 그리스 국채 익스포저가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정작 합병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강등과 예금 인출, 대출 손실 등이 40년 내 가장 극심한 경기침체에 동반되며 그리스 은행주들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주가가 50% 이상 미끄러졌다.

EFG와 알파은행은 자산을 매각하고 신주를 발행해 39억 유로의 새로운 자본을 마련하는 해법을 찾아냈다. 이들 은행은 합병 후 신주를 발행해 부채 위기를 감당하기 위한 자기자본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우선 내년 초 12억5000만유로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5억 유로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나머지 21억 유로는 내부적인 조치들로 준비한다. 3년 후에는 합병으로 매년 6억5000만유로의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성사 뒤에는 이미 알파은행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는 카타르 왕실의 투자가 있었다. 합병사가 발행할 전환사채는 카타르 계 투자펀드인 파라마운트서비스홀딩스가 전량 매입한다. 파라마운트서비스는 이미 알파뱅크 지분 4%를 갖고 있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카타르는 합병은행 지분의 17%를 보유하며 최대주주가 된다.

이들 은행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새로운 은행의 티어1 자기자본비율은 14%로 그리스 채권 헤어컷의 21%를 완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알렉산더 시르트시스 UBS의 은행 애널리스트는 "계약 조건이 양쪽 은행들에게 모두 공정한 수준"이라며 이번 합병으로 다른 그리스 은행들도 합병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 전망했다.



드미트리스 지아노울리스, 카를로스 베라스테인 곤잘레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매우 뜨겁게 반응할 것"이라며 "그러나 재본 확충을 앞두고 조심스러운 관점을 유지 한다"고 밝혔다.

한편 양사는 합병소식과 별도로 같은 날 그리스 국채 상각규모를 발표했다. 알파와 유로뱅크는 각각 그리스 국채 보유로 인해 5억3900만유로, 6억6400만유로의 손실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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