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리더는 지속 실패 기업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패턴"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
잡스와 엘리베이터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잡스는 애플 CEO 시절 우연히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직원에게 맡고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묻기를 즐겼다. 그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설명하면 "그 일이 회사에 꼭 필요한 일이냐"고 되물었다. 만약 그 직원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면 잡스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 해고야"
그는 보고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쉽게 인내심을 잃었다. 관료적 아이디어에는 즉각 혐오감을 나타냈다. 자신과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내쳤다. 하지만 그가 애플 CEO로 재임한 지난 14년간 애플의 매출액은 17배로 불었고, 주가는 68배로 뛰었다. 잡스를 단순히 '제왕적 리더'보다는 '제왕적 천재 리더'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한 이유다.
그러나 역사는 '제왕적 천재 리더'가 떠난 뒤의 회사들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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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CEO 리 아이아코카는 파산 직전의 크라이슬러를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로 탈바꿈시켰다. 1978년 크라이슬러로 출근한 아이아코카는 노동조합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날 도와주지 않으면 당신들의 머리를 날려 버릴거요. 난 파산 선언을 해버릴 것이고, 당신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거요."
그는 21개 계열사를 정리하고, 35명의 부사장 가운데 33명을 해고했다. 아이아코카의 카리스마 아래 승승장구하던 크라이슬러는 1992년 아이아코카의 퇴임과 함께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결국 다시 파산 직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한 때 미국 최대 약국 체인 가운데 하나였던 에커드는 잭 에커드라는 천재적인 창업자의 지휘 아래 급성장했다. 델러웨어주 월밍턴의 작은 가게 2개로 시작한 이 기업은 1970년대에는 미국 동남부에 천여개의 점포를 거느린 거대 약국 체인으로 부상하며 월그린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에커드가 정치적 야심을 품고 포드 행정부로 떠난 뒤 회사는 비틀거리며 쇠락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J.C.페니에 인수되고 말았다.
1967년 설립돼 1980년대 중반까지 10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하며 130개 사업부를 거느린 회사로 성장한 텔레단도 비슷한 사례다. 헨리 싱글턴이라는 천재 창업자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이 회사를 단기간 내 '포춘 500대 기업'에서 300위권 이내에 진입시켰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싱글턴이 떠난 뒤 회사의 실적은 곤두박질치더니 결국 1995년 앨리게니에 합병됐다.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천명의 조력자를 가진 한명의 천재' 모델은 지속 실패 기업들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패턴"이라며 "위대한 사업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 위대한 회사를 세우는 과업에서는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제왕적 천재 리더십을 가졌던 애플의 정신적 지주인 스티브 잡스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글로벌 톱 기업 애플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