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 남아 결사항전" 밝힌 카다피는 어디에?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8.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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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라디오방송을 통해 마지막까지 결사 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지금 카다피가 어디 있는지 행방은 묘연하다.

카다피는 리비아 트리폴리의 라디오방송을 통해 바브 알-아지지아 요새에서 철수한 것은 "전술적 이동"일 뿐이라고 말했다. 64차례에 걸친 나토군의 공습으로 요새가 무너져 내려 물러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카다피는 또 자신의 군대와 함께 최후의 승리를 거두거나 순교할 때까지 "모든 힘을 다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쿠웨이트의 알-라이 TV는 카다피의 라디오 연설 내용을 전하며 조만간 카다피의 전체 발언 내용을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다피가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를 떠나면서 이같은 라디오 방송 연설을 녹음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카다피의 대변인인 무사 이브라임은 또 다른 TV를 통해 "리비아 부족들이 군사력을 소집해 반군들과 싸우기 위해 트리폴리로 진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리폴리에 대한 무아마르 카다피의 통치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무아마르 카다피는 수백만 리비아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리비아 중심에서 서부 지역까지, 또 리비아 산악지역에 이르기까지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다피는 녹음된 테이프로 결사항전의 뜻을 밝혀왔지만 실제 모습은 지난 6월12일 이후 단 한번도 대중들 앞에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카다피와 둘째 아들, 사위에게 반 인류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날이다.

카다피는 지난 6월12일 리비아 국영TV에 국제체스연맹의 키르산 일륨지노프 회장과 체스를 두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카다피는 이 때도 리비아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일륨지노프 회장은 이날 카다피와 통화했다며 그가 "나는 살아있고 건강하다. 트리폴리에 있고 리비아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륨지노프 회장은 또 카다피가 반군에 항복했다 탈출한 것으로 전해진 "장남도 옆에 함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카다피와 그의 장남은 물론 22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서방 기자들 앞에 등장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카다피의 차남까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전혀 전해진 바가 없다.

카다피의 보좌역을 지낸 적이 있는 아부다커 사드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카다피의 연설 녹음 상태가 점점 더 질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먼 거리에서 녹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비아 반군 국가과도위원회의 공보장관인 마무드 샤맘은 카다피가 알제리 국경 부근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카다피가 고향인 시르테나 혹은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리비아 사막 지역, 혹은 리비아의 산악지대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막이나 산악지대은 광활하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기 때문에 카다피가 이쪽으로 피신했다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혀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 같지만 외신 기자들이 머물러 있어 공습을 받지 않고 있는 트리폴리 릭소스 호텔에 카다피가 숨어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나토 군 대변인인 롤랜드 라부아 대령은 CNN방송이 카다피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카다피 정권은 사실상 끝이 났다며 "이제 (카다피는) 더 이상 핵심 플레이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카다피가 어디 있는지 "전혀 실마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알고 있다면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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