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특혜 받아챙기더니…" 이화여대 '먹튀' 논란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2011.08.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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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127억 지원금 반납하라" 소송 착수

파주캠퍼스 조성사업 무산을 둘러싼 경기도 파주시와 이화여대 간 갈등이 결국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파주시는 이미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마치고 소송 준비에 들어갔으며 파주 시민들도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번 사태는 파주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누려오던 이화여대가 일방적으로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지자체와 대학 간 이른바 '먹튀' 논란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파주시 "상의 한마디 없이 포기 선언, '황당' 그 자체"
이화여대는 파주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에드워드(약 29만㎡)의 캠퍼스 조성사업 백지화의 이유로 △비싼 땅값 △경기도 측이 제시한 땅값 차액 보전 계획의 낮은 실현 가능성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대학부지 확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등을 꼽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화여대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다.

파주캠퍼스 사업 백지화 계획이 외부에 최초 공개된 것은 이달 초 일부 언론을 통해서였다. 파주시와 경기도는 보도 내용의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이화여대 측에 수십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확인 조차도 해주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화여대가 이번 사업의 포기를 발표하는 과정 자체에 심각한 절차적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온갖 특혜 받아챙기더니…", '먹튀' 논란
이화여대가 그동안 파주캠퍼스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와 도에게 사실상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받아 챙겼다는 점에서 '먹튀'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해 5월, 임진각 DMZ평화센터에서 이화여대가 주관하는 자연사 특별전시회에 6억원을 지원했다.

2009년 11월에는 시민화관 대강당에서 파주캠퍼스 조성을 자축하기 위해 열린 '사랑의 노래, 평화의 노래' 콘서트에 7700만원이 지원됐다. 시의회도 대학 유치를 위해 상하수도 원인자부담금 87억여원을 면제해주기 위해 조례까지 개정했다.


파주 시민들은 "대학 이전을 빌미로 자치단체에서 단물만 빼먹고 '먹튀'를 한 파렴치한 장사꾼"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을 연일 쏟아 내고 있다. 파주시도 그동안 지원된 127억여원을 반납하라는 공문을 최근 대학 측에 보냈다.

비싼 땅값에 대한 차액 보전 계획이 비공식적이어서 거부했다는 이화여대의 주장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많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캠프 에드워드 부지 감정평가액은 652억원이었지만 국방부 평가액은 1750억원에 달해 합의매수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파주시는 이화여대 측에 "부지 매입 후 수년에 걸쳐 연구·개발(R&D) 사업비로 땅값 차액을 보전해주겠다"고 제시했지만 이화여대는 "시·도의회의 승인이 없는 비공식 제안"이라는 이유로 이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번 제안이 도지사 보고를 거쳐 확인서까지 작성됐다는 점에서 "사업 포기를 위해 내세운 하나의 구실이며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는 시·도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화여대 스스로 명성에 흠집"...파주 시민들 "집단 소송 낼 것"
최근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대학 재정운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가 부담이 됐다는 주장은 오히려 이화여대 명성에 흠을 낸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조청식 파주시 부시장은 "이화여대는 5년 동안 이 사업 성사를 위해 동문들에게 수백억원의 기금을 모아왔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이처럼 일방적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안팎에서는 지난해 8월 총장이 바뀌면서 현 집행부와 전 집행부 간 성향 차이와 내부 알력 관계가 이번 사업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파주 시민들은 이번 이화여대 파주캠퍼스 무산에 대해 극도로 분개하고 있다. 캠퍼스 부지 일대는 2006년 말부터 개발행위 및 건축허가 일제가 제한돼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 이에 파주캠퍼스가 성사되기 만을 고대해온 파주 시민들은 시와는 별도로 이화여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앞서 경기도, 파주시, 이화여대는 2006년 10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월롱면 영태리 반환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드 21만9000㎡와 인접 국유지 7만㎡ 등 28만9000㎡에 파주캠퍼스 건립 사업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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