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임대아파트, 한지붕 두가족 쉽지 않아요"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1.08.2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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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임대아파트 가보니…]집주인-세입자 서로 눈치보여

↑'부분임대아파트'가 재개발·재건축사업지를 중심으로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온전한 독립 주거공간으로 기능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부분임대아파트 평면이 적용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부분임대아파트'가 재개발·재건축사업지를 중심으로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온전한 독립 주거공간으로 기능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부분임대아파트 평면이 적용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에어컨은 설치할 수 없어. 대신 문 열어놓으면 시원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부분임대아파트'. 집주인 A씨가 발코니 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이 아파트는 '한지붕 두가족'이 거주할 수 있게 지어진 '부분임대아파트'다. 현관문을 따로 둬 가구간 독립성을 보장했다.

하지만 실내는 독립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부분임대형 아파트'라지만 한가구 기준으로 도시가스·에어컨 등이 설치됐기 때문에 입주하려면 이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 도시가스선을 추가로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해 전기인덕션을 구입해야 조리가 가능하다. 에어컨 역시 실외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부분임대아파트'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를 중심으로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온전한 독립 주거공간으로 기능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도시가스·에어컨 설치가 불편함은 물론 '빌트인'(Built-in)이 아니어서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부분임대아파트'란 전용 85㎡ 초과 중대형아파트의 주거공간 일부를 독립된 현관과 부엌, 화장실, 방으로 꾸며 세입자에게 임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주택이다. 집주인은 전·월세로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고 세입자는 원룸·오피스텔보다 비교적 안전한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최근에는 재개발뿐 아니라 재건축을 앞둔 서울 개포지구에도 도입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흥2·현석2·효창5·보문3·돈암6·청파1·동소문2구역 등에서 모두 514가구의 부분임대를 짓기로 했거나 도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입주가 끝난 '부분임대아파트'를 둘러보면 임차인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눈에 띈다. 에어컨·도시가스 설치가 불편한 것은 물론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인집과 연결되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도 어렵다. 혹시나 주인집에 피해를 줄까 늘 신경써야 하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주차 역시 불편할 수 있다. '부분임대아파트'라도 주차공간은 1가구당 2대로 제한돼 있어 집주인이 차량을 2대 소유했다면 주차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이 아파트 경비원 B씨는 "부분임대아파트 별채(임대부분)를 활용하는 가구라도 주차공간을 더 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인집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분임대아파트 집주인 C씨는 "손녀딸이 자주 놀러오기 때문에 남자 세입자는 받지도 않는다"며 "사실 우리도 (임차인에게) 피해를 줄까봐 늘 신경쓰이지만 집값이 떨어지는데 임대료라도 받으려는 마음에 (임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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