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정권 붕괴 목전, 리비아 어디로..제2의 이라크 우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1.08.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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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임시위원회 역량 의구심

리비아를 42년간 철권 통치해온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월 튀니지 민주화로 촉발된 ‘재스민 혁명’에 영향을 받은 반정 시위가 내전 양상으로 번진지 6개월 만이다.

지난주 트리폴리 서부 국경도시 자위야를 확보한 리비아 반군은 짙은 어둠이 깔린 20일(현지시간) 밤 트리폴리 총공세를 위한 일명 '인어공주'작전에 돌입했다. 트리폴리 앞바다를 통해 도시로 전격 진입한 반군들은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도시를 차례로 장악해 나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중 엄호 속에 이뤄진 진입작전 중 리비아 친카다피군의 저항은 그다지 격렬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반군은 21일 그동안 카다피의 지지자들이 모여 항전의 의지를 돋우던 도심의 녹색광장도 점령했다.

다만 22일 현재 카다피의 마지막 보루이자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 주변을 비롯해 친위부대 장악지역에서 막바지 전투가 치열히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전세는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반군측은 트리폴리 공세에 들며 카다피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과 3남 알사디를 생포하는 전과를 올렸다. 카다피 정권 후계자 1순위였던 사이프를 사로잡은 사실을 국제형사재판소(ICC)도 확인했다. 알사디는 카다피 친위부대를 이끌던 사령관으로 두 형제의 체포는 친카다피군의 명령체계가 와해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카다피 정권은 분명히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영국 총리실도 "트리폴리의 상황은 카다피의 종말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여름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발표. "트리폴리는 독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카다피 정권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카다피는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결사항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아프리카연합(AU)은 이날 카다피에게 3국 망명을 제안했고 카다피 정부측 대변인도 막바지 협상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포스트 카다피' 과도국가 위원회=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카다피의 시대는 며칠 남지 않았다"며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 국가위원회(NTC)가 '포스트 카다피' 체제 수립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NTC를 이글고 잇는 중심인물은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과 국방장관 격인 오마르 알하리리 두 사람이다.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으나 지난 2월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실탄 사격에 항의, 정부 각료로는 처음 사임했다. 알하리리는 1969년 카다피 쿠데타에 동참했으나 1975년 카다피에 반기를 들고 투옥, 최근엔 연금생활을 하다 위원회에 합류해 급부상하고 있다.

NTC는 수개월 전 헌법 초안을 만들고 유엔 감시 하의 선거 계획을 세우는 등 카다피 이후를 대비해 왔다. 잘릴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NTC가 존속하더라도 8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간 안에 헌법에 따라 선거를 치르는 등의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제2의 이라크 우려= 그러나 NTC가 순조롭게 정권을 승계할지는 불투명하다. 140개 부족간 갈등이 첨예한 데다 카다피 집권 기간에 정치력을 갖춘 대안 세력이 성장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다피가 사라지며 힘의 공백에 빠진 리비아가 사담 후세인 퇴출 이후의 이라크와 같은 극심한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반체제 인사, 카다피 정권에 등을 돌린 전직 각료, 아랍 민족주의 성향의 부족 지도자 등이 뒤섞인 임시위원회 내부의 혼란도 적지 않다. 지난달 반군 최고사령관인 압둘 파타 유니스 장군이 내부 세력에게 피살된 것은 뿌리깊은 부족 갈등에 위원회 내부 권력다툼이 혼재된 결과로 풀이된다.

올리버 마일스 전 리비아주재 영국대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반군은 리비아가 또다른 이라크처럼 되는 것을 우려하고 권력 이양이 연착륙하기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매우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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