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 겪는다?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08.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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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1980년대까지 급성장하던 일본 경제가 1990년대 들어 10년 이상 장기 침체에 빠진 것을 가리키는 최신 경제용어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잃어버린 15년'을 거쳐 '잃어버린 20년'을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도 고도성장 뒤의 장기침체를 가리키는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닥터 둠(Dr. Doom)'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최근 "중국 경제는 2013년에 경착륙에 빠질 것"이라며 '잃어버린 10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중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루비니 교수가 제시한 근거는 크게 4가지. 첫째, 중국의 자산버블이 매우 심하다. 특히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데, 일단 버블이 터지면 경제는 극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며, 완전한 정체에 빠질 수 있다. 둘째, 중국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높은데,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고 미국이 위기 후에 경제발전 전략을 짜면서 수입을 줄일 경우 중국 수출은 타격을 받고 경제성장도 힘들어질 것이다.

셋째, 중국의 거시경제는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첨단기술이나 기업 수익성 등 미시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넷째, 중국의 사회적 모순이 심각하다.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격차확대는 비경제적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이는 지속적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루비니 교수의 이런 분석에 대해 쉬캉닝(徐康寧) 중국 둥난(東南)대학교 경제관리대학원장은 22일, 환치오스빠오(環球時報) 기고를 통해 "현실 문제를 경제성장의 부작용에만 연결시켜 '잃어버린 10년'에 억지로 적용시키려고 한 것"이라며 "중국 실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린 잘못된 전망"이라고 비판했다.

첫째, 중국에도 자산버블이 있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1970년부터 1980년대말까지 20년 동안 장기적으로 급등한 자산버블이라고 할 수 없다. 일본은 수도인 도쿄 부동산 가격이 한때 미국 전체 부동산값을 초과했을 정도로 버블이 심했다.

둘째, 일본 엔화는 1985년9월, 플라자협정 이후 급등해 일본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급속히 떨어뜨렸다. 하지만 중국의 위안화는 미국으로부터 절상 압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잠식할 정도로 상승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 수출의 성장기여도에 대한 오해도 크다. 중국의 수출 중 절반은 원료를 수입해서 가공한 뒤 재수출하는 가공수출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패드(iPad)의 미국 소비자가격은 600달러이지만, 중국에서의 부가가치는 11달러에 불과하다. 핵심부품을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순수출이 성장에 기여하는 것은 10% 성장률의 2%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빠져 수출이 타격을 입어도 중국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셋째 중국 기업의 혁신능력이 부족하고 생산효율이 높지 않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과거부터 계속 있었던 것이고 지금 갑자기 드러난 문제점이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중국 기업의 효율성은 줄기차게 높아지고 있다.

넷째, 빠른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중국의 사회적 모순이 누적돼 왔다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이 문제를 직시하고 적정한 경제성장을 통해(중국 정부는 성장률 목표를 7~8%로 떨어뜨리고 내수확대와 격차해소 등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외국인들이 알지 못하거나 인식수준이 낮은 문제가 많다. 과도한 성장률 추구와 지방정부 채무가 중앙정부 신용에 미치는 악영향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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