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9년만의 방러...中 자극, 韓·美 압박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1.08.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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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예상...러 "극동 지역 개발" 이해 맞아 떨어져

20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예정대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교, 경제협력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북한과 극동 지역 개발이라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지난 2002년 이후 9년 만에 성사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5월 중국 방문 직후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건강이 악화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국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외교가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오는 23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2년 방러 당시에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당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외교가에서는 올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시기가 문제일 뿐 이미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며 "이미 양측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전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 등 외교 현안, 경제협력 등과 관련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현재 6자회담 재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이다. 북한은 6자회담을 재개해 북 핵 등 한반도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 등 관련국들은 북한의 핵 문제와 천안함, 연평도 사건으로 6자회담 재개를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따라서,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우리 정부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함께 유일한 우방국인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하다.

여기에 북한은 나선지구 등 경제특구 개발을 위한 해외 자본 유치가 발등의 불이지만 우방국인 중국은 특구지역에 대한 투자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러시아의 특구 지역에 대한 투자 확대가 시급한 상황인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은 최근 경협은 물론 외교 분야에서 이중고를 겪으면서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도 북한이 외교와 경제협력 분야에서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에 북한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어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동북아 지역의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면서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남북 무력 충돌 우려 등으로 긴장 관계가 조성되면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외국인 투자 확대에 제동이 걸리고 결국 개발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김 위원장의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일각에선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6자회담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한 공조 체제를 강화해 미국과 중국 양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논의의 틀에서 러시아의 외교적 입지를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해 천안함, 연평도 사건 당시에도 남북 간 중재에 나서며 이러한 의도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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