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쇼크' 도이치뱅크·증권 임원 4명 기소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2011.08.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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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뱅크 홍콩지점-한국도이치증권, 주가조작 공조

도이치뱅크와 한국도이치증권 임원이 지난해 '옵션쇼크' 당시 주가를 조작해 44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들은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내는 풋옵션을 사들인 뒤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워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리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이석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 담당상무 D씨와 이사 B씨, 주식부 리스크 총책임자 P씨, 한국도이치증권 차익거래 담당 상무 박모씨 등 임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한국도이치증권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1일 옵션만기일 당시 장 마감 직전, 코스피200지수 풋옵션을 대량 매수한 뒤 주가조작으로 코스피지수를 하락시켜 448억8783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다. 보유 중이던 2조4400억원 상당의 코스피200 구성 199개 종목 주식을 동시호가 시간인 오후 2시50분부터 3시까지 10분간 대량 매도하는 수법이었다.

이들은 주가 하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시호가 직전가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7회에 걸쳐 분할 주문했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53.12포인트 급락하며 증권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들은 또 프로그램매매로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사전신고 시한(오후 2시45분)을 1분 넘겨 신고해 피해를 키웠다. 현행 한국거래소 업무규정시행세칙 130조는 ''코스피200 지수선물이나 옵션거래종목의 최종거래일에 장종료 10분 전부터 종료 시까지 프로그램매매 호가를 제출하려면 장종료 15분 전까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통상 사전신고 시한까지의 신고내용을 근거로 장 종료 때까지 남은 15분간의 투자전략을 수립한다. 이 때문에 도이치의 지연신고는 투자자들을 '대량 매도가 없다'는 착각에 빠지게 해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사전 준비로 치밀한 범행"
검찰은 도이치뱅크 홍콩지점과 한국도이치증권 임직원들이 범행을 사전 공모한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상당수 확보했다. 한국도이치증권의 박 상무와 직원의 이메일에서는 홍콩지점의 지시를 받은 흔적이 나왔다.


또 박 상무가 홍콩지점의 B이사와 사건 당일 스마트폰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가 상부의 지시로 대화내용을 삭제한 사실도 확인했다. 박 상무는 시장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신고를 지연하고 동시호가 때 분할 매도하는 아이디어를 홍콩지점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지점에서는 D상무가 풋옵션 매수와 대량매도를 결정하고 시세조종을 총괄하는 역할을, B이사는 D상무의 지시를 받아 옵션 거래와 주식 거래 주문을 직접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주식부 리스크 총책임자인 P씨는 해당 거래를 승인하고 거래방법과 한계를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이 옵션만기일 이틀 전부터 매도 물량 확보를 위해 한국도이치증권 등에 대여한 주식을 상환받기 시작한 사실도 파악했다. 이들은 대량 매도로 인한 주문시스템 에러에 대비해 한국도이치증권에서 대신 주문을 내는 사전테스트를 거치기도 했다.

◇외국인 증권범죄 엄단 의지 재확인
검찰은 홍콩지점의 외국인 임원들이 출석에 불응함에 따라 직접 조사를 벌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조사 자료와 압수물, 한국도이치증권 임직원 및 도이치뱅크 해외지점 관계자 조사를 통해 처벌 의지를 명확히 했다.

검찰은 향후 외국인 피고인들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구금영장을 발부받아 범죄인인도를 요청하고 인터폴 수배도 병행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외국인 피의자의 불출석이 능사가 아니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부당이득액 전액은 도이치뱅크와 한국도이치증권에서 압수 조치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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