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소프트웨어 강국 이제 어렵지 않다

머니투데이 안홍철 코트라 인베스트코리아 커미셔너 2011.08.1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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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소프트웨어 강국 이제 어렵지 않다


"그럼, 이제 삼성전자는 어떻게 되는 거야? 망하는 거야? LG전자는?"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정보통신(IT)업계를 비롯 온 국민이 마치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소식을 접한 때처럼 거의 패닉상태에 빠진 것 같다.

"국내 대기업들이 빵집, 밥집까지 계열사로 거느리면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계열사로 둔 곳은 단 한 곳도 없으니 대기업이 자초한 일"이라는 탄식도 있고, "IT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IT산업 육성에 전념해야 할 정보통신부를 없앴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과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는 우리를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될 뿐이다.

소프트웨어는 크게 △워드 프로세싱, 게임,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최종 사용자용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미들웨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를 포함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사용자를 중심으로 보면 기업이나 정부가 사용하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혹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와 개인이 사용하는 리테일 소프트웨어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구글, 애플 등이 만든 모바일 OS 등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가운데서도 250조원 이상 규모의 엄청난 시장을 갖고 한번의 판매금액도 엄청나지만 판매 후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하고 이를 통한 추가 수익까지 거둘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함께 공략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그 자체가 표준적 비즈니스의 흐름을 알고리즘을 통해 컴퓨터 체계화한 것이므로 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제패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겨우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게임, 앤티(anti) 바이러스 소프트웨어, 웹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소비자용 소프트웨어에 매달렸다. 엔터프라이즈 및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수입에 의존할 뿐 그림의 떡이었다.


소프트웨어의 창업에 단지 엔지니어 몇 명이 모이면 가능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리테일 소프트웨어 시장에 한정된 얘기다. 우리가 키워야 하고 세계적 기업과 싸워야 할 엔터프라이즈 및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위해선 먼저 개발자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표준에 익숙해야 한다. 또 수년에 이르는 개발을 위한 시간과 연구개발 인력뿐 아니라 개발 후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리눅스, 유닉스, 맥, IBM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제품이 제대로 구동이 되도록 끊임없이 버그를 잡아나가야 한다. 아울러 주요 세계 시장에서 연구개발 부서가 운영돼야 하고, 세계시장에서의 제품 판매경험과 브랜드 인지도도 요구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우리기업은 어딜까?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 미국의 MS, IBM, 오라클, 인포 글로벌이나 독일의 SAP, 영국의 쎄이지 그룹 등과 경쟁을 하기엔 우리의 자본주의 역사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영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작아 그들이 만든 OS와 ERP 등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했지만, 이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전자, 포철 등 글로벌 경험을 축적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표준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만들고 해외 소프트웨어 인력 및 기업을 인수할 경우 세계적인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의 탄생은 가능하다.

더욱이 이들은 다양한 영업환경을 갖춘 자회사 그룹이 있어 개발 제품을 소화시킬 작지 않은 시장도 갖고 있다. 그동안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 필요성과 재벌 그룹의 역할에는 공감대가 있었으나 대기업으로 경제력 집중이라는 비판 때문에 재벌 그룹도 소프트웨어 산업에 참여를 주저해왔다. 하지만 2009년 출자총액한도가 폐지됐고 공룡 같은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사활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할 우리 입장에선 재벌 그룹이 중소기업 업종에 뛰어들지 않고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활약하는 것을 장려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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