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술과의 전쟁, 칼스버그에 '폭탄' 됐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1.08.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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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도 술" 정책 변화에 최대 수익처 휘청

▲칼스버그▲칼스버그


덴마크 기반의 글로벌 맥주회사 칼스버그. 북유럽 맥주시장을 장악한 데다 러시아 대표 맥주 '발티카'를 소유한 러시아 최대 맥주회사이기도 하다.

러시아 맥주시장 점유율 1위로 전체 수익의 45% 가량을 러시아에서 벌어들일 정도다. '보드카'의 나라이자 술 소비량이 많기로 유명한 러시아인만큼 칼스버그의 러시아 시장전망은 좋은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올들어 칼스버그 주가가 부진하다.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위축은 그렇다쳐도 최근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 코펜하겐 증시에서 지난 5월16일 고점 이후 줄곧 떨어지더니 마침내 17일(현지시간) 장중에 사상 최대 낙폭(19.0%)을 기록하며 미끄러졌다. 마감가는 전일 대비 17.5% 떨어졌다.

이는 칼스버그가 공을 들였던 러시아 주류시장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데다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술과의 전쟁 선포, 주류시장 타격= 지난달 러시아 정부는 '희한한' 법령을 공포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013년까지 거리 판매대(키오스크)의 맥주 판매를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에 서명했다. 즉 맥주를 술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러시아에서 맥주는 주류로 취급되지 않아 일반음료처럼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었고 값도 쌌다. 보드카 소비가 많은 러시아엔 "(알코올 도수) 40도 아래는 술도 아니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는데 이것이 법적으로도 사실이었던 셈이다.

▲칼스버그 소유의 러시아맥주 브랜드 발티카▲칼스버그 소유의 러시아맥주 브랜드 발티카
하지만 앞으로는 맥주를 주류로 취급, 판매시간과 장소를 규제하는 한편 세금도 무겁게 물리기로 했다. 이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의 일환이다.


실제 러시아 안팎에선 과도한 음주가 국민건강과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한 이는 2012년 대선을 앞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현대화'(모데르니자찌야)라는 자신의 국정목표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 탓에 칼스버그는 2분기 실적이 악화됐고 이 소식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날 발표된 칼스버그 2분기 실적은 순이익이 21억크로네(4억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7억크로네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매출액은 187억크로네로 4% 증가에 그쳤다.

요르겐 불 라스무센 칼스버그 CEO는 러시아 시장의 영업이 기대 이하였고 러시아 소비자들이 맥주가격을 약 30% 높게 내야 할 것이라며 실적 회복에 예상보다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간 수익 증가율을 당초 전망했던 20%보다 낮은 5~10%로 낮춰 잡았다.

제프리스 인터내셔널의 더크 반 블란데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시장이 2분기에 2% 위축된 가운데 소비가 여전히 억제돼 있다"며 "보다 나쁜 소식은 칼스버그가 (성장률) 목표에서 한 발 물러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니크레디트 리서치는 칼스버그 추천을 '보유'로 하향했다.

한편 칼스버그의 주가급락은 이날 덴마크 증시를 끌어내렸다. OMX 코펜하겐 지수는 0.39%, 칼스버그가 편입된 코펜하겐20 지수는 0.82%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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